[인터뷰]발전산업노조 울산화력지부 가족대책위 의장 박 수 영

[photo-copyleft울산노동자신문]

울산화력 사택 6동 402호. 세 딸의 엄마인 가족대책위 박수영 의장의 집에서는 마침 회의가 열리던 중이었다. 한 엄마가 아무리 남편이 보고 싶어도 절대 개별적으로 만나지 말 것을 제안하고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우리에겐 아이들이 있지만 몇 명씩 팀을 짜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남편들 중 한사람이라도 아내를 만난다면 나머지 동료들의 심정은 어떠하겠냐”는 것이었다. 그것은 분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하루속히 이 가족들이 아빠들과 다함께 기쁜 해후를 맞이하길 기대해 본다.

□ 가족대책위를 구성하게 된 계기는.

사실 ‘노동자’라는 단어조차도 생소했던 우리 가족들입니다. 신랑들이 지금 총파업 산개투쟁을 하고 있는데 제일 걱정스러운 것이 “신랑들이 배곯지 않을까”하는 것이었어요. 배낭하나 메고 온거리를 배회하고 있을 신랑들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탑니다.

뒷짐지고 TV의 왜곡보도를 보면서 무작정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지난달 28일 가족대책위를 결성하게 되었지요.

울산화력 400여명 조합원 중 150여 가구가 이곳 사택에 살고 있어요. 우선 사택 가족들이 모였습니다.

처음에는 “몇일 지나면 돌아오겠지”생각하거나 매스컴에서 떠들고 회사에서 협박하니까 위축되어 있던 엄마들이 나섰습니다. 조를 편성하고 연락망도 구축하고 매일 회의를 통해 할 일을 체크하고 이제 체계가 잡혔지요. 이어서 주택과 아파트에 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을 결집하고 있습니다.

함께 모여 우리가 피켓도 만들었어요. 나무를 자르고 망치 들고 못질해서 생전 해보지 않은 일이었는데 말입니다.

□ 가족대책위에서 하고 있는 일은.

우선 조장들과 대표단을 통해 가족들에게 “신랑들이 왜 파업을 하나” 중점적으로 알리고 나름대로 최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우리 가족이 이를 알아야 시민들에게도 이 파업의 정당성과 전력 등 국가기간산업 사유화(민영화)를 막아야 하는 이유를 알려낼 수 있지 않겠어요.

지금 TV나 뉴스에서도 발전노조의 파업에 대해 제대로 다루어지고 있지 못합니다. 무조건 “발전소를 팔아야 한다”고 하고 있고 협상을 하기 위해 정면에 마주 앉으려 들지도 않습니다. 정말 답답합니다.

처음 3일간은 TV만 뚫어져라 봤습니다. 단 한줄 나오거나 1~2초면 지나가는 뉴스를 보려고 서너 시간씩 기다렸어요. 하지만 이제 우리 가족들은 TV 안 봅니다. “신랑들을 나쁜 사람 죄인 취급하니까 왜곡보도를 우리가 바로잡자” 우리 가족이 시민 홍보에 나선 겁니다.

현재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공업탑 로타리 등 시내 중심가에서 시민 홍보를 벌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서울에서 열린 가족 결의대회에도 다녀 왔지요. 또 오늘부터 회사 앞에서 퇴근 시간에 맞춰 6시부터 1시간 동안 매일 시위를 벌일 예정입니다.
지금 사실상 정부와의 싸움 아닙니까? 현재 회사측에서 파업 중인 아빠들을 회유하거나 협박이 매우 심하거든요. 회사측이 정부편에 서서 이런 짓만큼은 하지 말아야 되지 않겠어요.

“신랑들을 돕기 위해 엄마들도 나섰다. 이번 총파업에서 사유화 철회가 관철되지 않으면 남편들도 집에 못 오게 할 것이며, 우리도 이렇게 나섰다. 회사측에서는 회유·협박을 당장 중단하라”고 항의할 것입니다.

□ 발전노조의 파업을 많은 사람들이 지지히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이번 총파업은 우선 작게는 우리의 생존권을 위한 것이지만 크게 볼 때는 국민을 위한 총파업인 것입니다.

지금은 전기를 국민의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싸게 공급하고 있지만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이 운영하게 되면 전기요금은 폭등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고 투자비 회수도 어려운데 발전소를 짓고 시설 투자를 제대로 하겠어요. 있는 발전소 설비로 이윤만 빼먹다 결국 노후된 시설로 인한 문제가 터지고 말 겁니다.
그러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어디로 가겠습니까? 국민이 뒤집어 쓸 수 밖에 없지요.
캘리포니아 단전 사태도 전력의 사유화가 어떤 재앙을 가져오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 아닙니까? 바로 이런 뻔히 보이는 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 신랑들이 파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급여 올려 달라는 것 아닙니다. 사실 한전에 있을 때부터 급여와 근무조건이 열악한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대부분 발전소는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산간오지에 있습니다. 울산은 시내에 가까운 편이어서 좋은 조건입니다. 다른 곳에 비할 바가 아니죠. 이러한 발전소에 이동근무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있거나 심지어 학교도 없는 곳이 있어 아이들 교육문제도 큰 어려움입니다. 한밤중이나 새벽에도 달려나가기 일쑤죠.

그러나 이제까지 아무말 없이 묵묵히 일해 온 우리 신랑들입니다. 발전소를 자신의 분신으로 여기는 사람들이예요. 이들이 56년 만에 처음으로 들고 일어났어요. “국민을 위한 발전소를 사기업에 팔지 말라”고 뻔히 보이는 전력 재앙을 막고자 말입니다.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이 정부 아닙니까? 지금의 정부는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닙니다. 발전소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 현재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평택이나 보령 등 파업들어가기 전에 먼저 가족대책위를 구성해 놓은 곳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다른 가족대책위 엄마들과 비교해보니 하루차이도 엄청나더라구요. 우리는 뒤늦게 시작해 지금보다 좀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주택이나 아파트에 흩어져 사는 조합원 가족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하지만 우리도 하루 하루가 달라지고 있어요. 마치 새로운 세계에 들어 온 것처럼요. 이제는 경찰을 보는 눈도 정말 달라졌어요. “신랑이 잡혀가지 않을까” 염려 속에 “내가 나서면 복귀했을 때 신랑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을까” 우려하던 가족들도 이제 그 정도는 다 뛰어 넘었습니다.

아이들을 친정 어머니에게 맡기고 그도 안되면 아이를 들쳐 업고 서로서로 돌봐주며 가족들이 함께 의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미안하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걱정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신랑들이 행여나 가족들 걱정에 마음이 약해질까 하는 것입니다.

□ 체포영장 발부, 고소·고발, 협박 등 강경탄압을 이겨내고 있는 발전노조 조합원들에게 가족의 목소리를 전한다면.

발전노조 조합원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것도 아닙니다만 한명의 낙오도 없이 산개 파업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말 많은 분이 놀랐을 것입니다. 철도와 가스가 파업을 접은 힘든 상황에서도 신랑들이 이렇게 단결하고 있는 것이 이 파업을 지탱하는 큰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랑들의 파업을 통해서, 서울에서 열린 가족 결의대회에서 엄마들도 이렇게 힘을 뭉쳐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게 정말 놀랍고 가슴 벅찼습니다. 말로 다 표현 할 수가 없습니다.

가족들이 집회를 하고 명동성당까지 거리행진을 하면서 남편들 생각을 안할 수 없었어요. “나처럼 이길에서 남편도 거리행진을 하고 또 외쳤겠구나. 하는 데까지 해도 안돼 서울대에서 노숙을 하고 마지막 방법으로 산개를 하여 거리를 배회하고 있구나”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힘들다 해도 따뜻한 집에 아이들이 있으니 좋은 조건이지요. 아빠들 심정은 오죽하겠습니까?

하지만 이제는 돌아와도 안됩니다. 돌아올 선을 넘어 끝까지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나 하나가 돌아가면 간부 몇몇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전체가 죽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단 한사람이라도 서로 의지가 꺾일 수 있는 얘기일랑 하지 말고 굳게 대오를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가족들과 아빠들이 이 어려움을 딛고 다 함께 이기느냐 다 함께 지느냐만 남아 있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어떤 회유나 협박에도 굽히거나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많이 깨우치고 더욱 더 결의를 다지고 있어요. 가족들은 단단히 뭉쳐 있으니 집 걱정은 하지 마시고 용기 잃지 말고 끝까지 한분도 빠짐없이 여러분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흔들림 없이 투쟁해 주십시오.

□ 울산 노동형제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이번 파업을 거치면서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의 입장이 되어서도 그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박수쳐 줄 용기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발전노조 조합원들의 총파업투쟁을 지지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파업의 정당성과 국가기간산업을 사기업에 넘기면 안된다는 것을 널리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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