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과 後, 또 다른 출발을 위하여



2년 전 가을 우리는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긴 나이에 자신들의 권리를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말하고 있는 레미콘 노동자들을 만났다. 투쟁가를 부르는 데에도 익숙하지 않았고, 한 팔을 들어 구호를 외치는 데에도 쑥스러워하던 그들을 다시 만난 것은 12월 중앙대에서 열린 노동조합 설립보고대회에서였다.

한 달에 두 번 쉬는 유일한 휴식일에 그 자리에 모인 2,000여명의 레미콘 노동자들은 단결된 조직만이 노예같던 자신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노동조합 활동이 고용주인 "갑"(운반도급계약서에는 레미콘 사업주는 갑이고, 레미콘 노동자는 을이다)의 사업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걱정 했고, 이들에게 '갑'은 여전히 사장님이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노동조합에 대한 극도의 혐오증으로 똘똘뭉친 '갑'의 끝도 없는 불법과 악행이었다. 사업주들은 노동조합 탈퇴를 강요했고, 해고를 일삼았으며,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고발을 했다. 급기야는 이들의 얼마 안되는 전세 보증금을 가압류 하기에 이르렀다. '갑'을 사장님으로 모시던 이들은 분노했고, 노예가 아닌 당당한 건설노동자로 우뚝서기 시작했다. 합법적인 4. 10. 총파업을 시작으로 여의도, 당산철교의 노숙농성에 이르기까지 힘들고 어려운 노동자의 길에 발을 들여놓았다. 투쟁의 과정에서 10여명이 구속되고, 벌금형을 받았지만 투쟁의 열기는 사그라들줄 몰랐고, 검찰의 사업주 무혐의 처분에도 투쟁의 대한 패배보다 건설노동자로서의 다부진 결의를 다졌다.

이들은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이라는 노동조합의 일원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이땅의 자랑스러운 노동자로써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 할 줄 알고, 투쟁 할 줄 알게 된 것이었다. 중도에 생계의 어려움으로 다수의 조합원들이 현장에 복귀 했지만 파업은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명동성당 72일간의 노숙농성을 시작으로 다시금 투쟁의 준비를 하고, 농성을 마무리하면서 근로기준법 적용을 위한 또 다른 투쟁의 출발을 했다. 특수고용직 레미콘노동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2년여의 기나긴 싸움속에서 이들이 얻은 것은 당당한 노동자로서의 의지와 단결력이며 이들이 잃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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