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일투자협정은 일본 제국주의의 대(對)아시아 구상의 첫 단계이다
3월 22일, 결국 한일투자협정은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최종적으로 체결되어, 형식적인 국회비준절차만을 남겨놓게 되었다. 하지만 한일투자협정 반대를 매개로 한 한일사회·민중단체들간의 연대는 초보적인 수준에서나마 향후 보다 질 높은 연대투쟁을 위한 토대를 쌓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에, 인터내셔널뉴스 편집팀은 「투자협정·WTO반대 국민행동」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일한투자협정 NO! 긴급캠페인」의 도마츠 가츠노리씨와 대화를 나눴다. 이 인터뷰를 통해, 편집팀은 한일투자협정에 대한 일본 활동가의 관점과 일본 자본가의 대아시아구상에 대한 일단을 살펴볼 수 있었다.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을 바란다.(편집팀)
(편집팀) 한일 양국 정상은 한일투자협정을 공식 체결했고, 나아가 자유무역협정
(FTA) 추진을 위한 산·관·학 공동연구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고이즈
미 일본 정부는 한국과의 경제협정 체결에 적극적인데, 이는 어떠한 정치·경제적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인가?
(도마츠) 고이즈미는 올해 1월 아세안 5개국을 긴급 순방했고, 마지막 방문지인
싱가포르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싱가포르에서 고이즈미는 아세안(ASEAN)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길 원하며, 나아가 '아세안 + 3(한·중·일)' 자유무역지대
구상을 표명했다. 본질적으로 한일투자협정은 일본 자본가계급의 대(對)아시아 구
상의 맥락에서 추진된 것이다. 향후 일본 자본은 한일투자협정과 싱가포르와의 자
유무역협정을 계기로 아시아 구상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다. 이러한 구상은
기본적으로 유럽자본의 유럽연합 확장, 미국의 미주대륙자유무역협정(FTAA)에 대
한 대응 프로젝트이다. 또한 일본 수상은 다가오는 5월 골덴 위크 주간에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하는데, 이는 '아세안 + 3 + 호주·뉴질랜드' 구상과 연관되어 있
다. 한편, 이러한 일본 제국주의의 대(對)아시아 경제적 팽창전략은 필연적으로 군
사적·문화적·이데올로기적 차원의 전략과 동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미 군사
적인 차원에서 이번 아프간 공습에 자위대를 파병하여 전후 첫 실질적인 해외 군
사파병을 단행하였고, 전시입법이라 명명되는 법안들이 국회에 상정되고 있다. 또
한 문화적인 차원에서, 일본 정부는 올해를 '일·한 국민교류의 해'로, 내년을 '아세
안·일본 국민교류의 해'로 지정해놓고 있다. 이는 일본의 아시아에 대한 문화적
통합 전략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이다. 또한 이러한 일본 제국주의의 문화·이데올
로기적 확장 전략의 맥락에서, 작년 12월 23일 일본 아키히트 천황의 발언을 바라
보아야 한다. 당시 아키히토는 "고부 천황의 생모는 백제 무령왕 자손이며 한국과
의 연을 느끼고 있다"는 발언을 통해 지금까지의 만세일손 신화로부터 후퇴했는데,
이는 아시아태평양 여러 나라들에서 수용될 수 있는 천황의 상을 창출해내고자 하
는 것과 관계가 있다. 즉 일본의 초국적기업이 아시아태평양 여러 나라에 진출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천황상의 재편을 위한 프로젝트인 것이다. 나아가 이는 전쟁책
임론을 회피하면서, 일본 자본의 해외진출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려는 연출에 지나
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일본의 대아시아 구상이 경제적 측면과 더불
어, 문화적·이데올로기적·군사적 측면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일투자협정은 일본 자본의 대(對)아시아 구상의 맥락에서 추진된 것
이며, 이는 유럽연합의 확장, FTAA 구상에 대응하면서, 장기적 구조불황에 시달리
고 있는 일본 초국적기업의 생존전략의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편집팀) 한일투자협정·FTA가 일본 노동자·민중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
이라 생각하는가? 한국 민중들은 한일투자협정에 대해 '국민경제의 투기화'나 '대일
경제종속 심화'라는 측면에서 특히 우려한다. 이와 비교해보면, 일본 노동자들은 무
엇을 우려하는가?
(고이즈미) 「일한투자협정 NO! 긴급캠페인」은 원래 일한투자협정이 한국 노동
자, 민중들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에 한국 민중들과 연대한다는 차원에서
구성된 것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일본 노동자, 민중에게 한일투자협정, 나아가 자
유무역협정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연구·분석은 아주 부족하다. 다
만 최근 일본에서는 생산거점이 중국으로 옮겨지면서 국내산업이 공동화되어가는
것에 대한 노동자들의 우려가 높은데, 이는 한일투자협정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생
각되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긴급캠페인」이 한일투자협정이 일본내의
직장을 빼앗아간다는 협소하고도 이기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일본 초국적기업의 대아시아 구상의 맥락에서 한일투자
협정을 바라보기 때문에, 일본 제국주의의 팽창 전략 반대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
이러한 접근 속에서, 한국 노동자들과 나아가 아시아 민중들과의 진정한 국제연대
운동을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일본 내 가장 큰 노총인 '렝고'(연합)의 입장
인, WTO내 사회·노동조항 편입 주장을 반대한다. 이들은 한일투자협정·자유무
역협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입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진정한
국제연대운동을 방해하며, 북반구 노동자의 이기주의적 입장을 대변한 것에 다름아
니다. 경제협정에 노동조항을 편입시키면, 그것의 정치적 정당성과 힘을 강화시켜
줄 뿐이다. 만약 진정으로 국제적인 노동기준의 향상을 꾀하려면, ILO를 민주적으
로 강화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편집팀) 일본 내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운동 세력의 현황과 향후 한일민중연
대를 포함하여, 아시아 민중들의 연대에 대한 전망을 말해달라.
(도마츠) 일본에서의 반세계화운동세력은 지난 1998년 다자간투자협정(MAI) 반
대 운동 때 결집되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유럽의 투쟁이 일본에 소개되어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일본 내 반세계화 운동세력의 문제점은, 지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대응하지만, 지역간·양국간 문제에 대해서는 투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아시아와 연대하는 단체가 많이 생겨났지만, 투자협정이나 자유무역협정을
아는 단체는 거의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번 싱가포르와의 자유무역협정 체
결 때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 「긴급캠페인」에서는 지역간·양국간 이슈를
여론화시키면서 투쟁하고 있다. 왜냐하면, WTO 뿐만 아니라, 지역간·양국간 경제
협정에 대응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작
년에 출범한 ATTAC-Japan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그들이 자유무역협정과 투
자협정에도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편집팀) 한일민중연대에 있어서, 정신대, 역사왜곡, 독도 문제 등 역사적·민족
적 차원의 이슈를 올바르게 극복해야만 진정한 연대는 가능할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 활동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도마츠) 일본 민중들의 입장에서, 정신대, 독도, 역사왜곡 문제 등 역사적·민족
적 차원의 이슈는 한마디로 '전쟁 책임'의 문제이다. 즉, 이 문제는 일본 제국주의
의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고, 민중적 입장에서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들과 관련하여, 우리는 한국 민중들과 진정으로 연대할
자세가 되어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한일 양국 민중들 모두가 자기 자신의 고유한
민족주의적 흐름을 넘어서야 국제연대운동은 질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편집팀) 향후 투쟁계획에 대해 간단하게 말해달라.
(도마츠) 일본 정부는 공식 서명 후 일주일 내에 국회에 상정한다고 했다. 그러
면, 4월 초·중순에는 한일투자협정이 국회에서 비준될 가능성이 많다. 지금은 긴
급투쟁이 필요하다. 한국의 국민행동이 진행하고 있는 백만인서명운동이 성과를 남
기기를 바란다. 일본에서는 일단, 투자협정 전문을 입수하여, 공개하고, 국민행동과
공동으로 분석하여, 성명서를 발표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투쟁계획
을 세워나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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