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항전으로 나아가는 발전 노동자들

25일 새벽 연세대에 들어온 경찰에 의해 끌여가는 발전 조합원[photo-copyleft 참세상]

정부가 노동자 탄압에 미쳐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렸다.

발전노조 파업이 흔들림없이 강고하게 진행되자 발전회사 사장단은 20일 “25일 09시까지 미복귀자는 전원 해고”라는 최후통첩을 보내왔다. 이 최후통첩은 김 대통령이 19일 국무회의에서 “불법 파업을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하라”고 다그친 바로 다음날 나온 것이다.

이한동 국무총리도 23일 “민영화 철회문제는 노조가 요구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고, 법에 의해 이미 발전소 매각단계에까지 와 있으므로 이제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라며 “직무에 복귀하지 않는 노조원들은 그 수가 얼마일지라도 모두 해고조치 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명동성당서 진행된 비공개협상

한편 지난 23일 저녁부터 명동성당에서는 노조와 정부간 비공개협상이 벌어졌다. 발전소 매각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정부의 입장을 감안, 발전소 매각 문제를 노와 정이 서로 언급하지 않는 ‘매각 철회 노코멘트’ 방식의 협상을 시도한 것.

그러나 정부측은 합의문에 ‘발전소 매각 인정’을 포함해야 한다며 또다시 노조측에 철저한 항복을 요구함으로써 결국 비공개협상은 24일 새벽 최종 결렬되었다.

최대한 정부 요구를 수용해 협상에 임했던 발전노조 이호동 위원장은 24일 오후 3시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합리적인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에 대해 오로지 공권력을 동원한 폭력 진압으로 일관할 경우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중대한 전술적 변화를 통해 결사적인 투쟁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또한 조합원에게 △사측의 복귀명령 단호히 거부 △투쟁승리 그날까지 결사항전 △단호한 투쟁의지 천명 위해 전 조합원 3월 25일자 사직서 작성을 투쟁지침으로 명했다.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투쟁으로 전환하겠다는 위원장의 선언은 당장 구체화되었다.

기자회견 후 3시간이 채 안된 오후 6시부터 수도권에 산개해 있던 조합원들이 연세대로 모여들었다. 처음 서울대에서 파업을 선언한 이후 신출귀몰 번개집회와 산개투쟁을 벌여온 조합원들은 이날도 멋지게 경찰 추적을 따돌리고 삽시간에 2천5백여 조합원이 집결했다.

학생들이 진입을 돕기 위해 6시부터 30여분 동안 연세대 앞 삼거리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뒤늦게 출동한 경찰이 연세대 모든 정문을 틀어막아 진입하지 못한 조합원이 1천여명. 결국 3천5백여 조합원이 전원해고 협박에 굴하지 않고 위원장 지침에 따라 번개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단결력을 과시한 것이다.

2천5백 조합원 연세대 집결투쟁

7시경 경찰이 정문 진입을 시도하자 사수대는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 2시간 전투 끝에 전투경찰을 물리치기도 했다.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이호동 위원장은 전화 메시지를 통해 “민영화, 해외매각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을 위원장으로서 끝까지 지키겠다”고 확인하고, “자랑스런 발전노동자들은 조직적 결의로 총파업에 임했듯이 복귀도 오로지 조직적인 결정으로만 복귀할 것”을 투쟁지침으로 하달했다.

자정 무렵 김대중 정부는 전투경찰 4천5백명을 투입, 연세대 침탈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상급단체 간부, 학생, 노동단체 회원 등 300여명이 연행되기도 했으나, 침탈 직전 지도부의 산개 지침에 따라 나머지 조합원들 대다수는 안전한 장소로 피신, 다시 산개투쟁에 돌입했다.

25일 가대위 복귀저지투쟁 벌여

25일 인천 가족대책위가 발전소 앞에서 복귀 저지 집회를 갖고 있다.

이번 투쟁의 또다른 선봉장 가족대책위는 25일 09시 복귀시한에 맞추어 전국 각지에서 발전소 앞 복귀저지투쟁을 벌였다. 파업 분쇄에 혈안이 된 경찰들은 가대위의 합법 집회를 가로막으며 온갖 폭력만행을 저질렀다.

삼천포에서 200여 가족 전원을 연행했으며 폭력연행 과정에서 다친 가족들이 119 구조대에 실려가기도 했다. 서인천에서는 집회 참여를 위해 대절한 버스 출입문을 봉쇄했으며 동해화력 앞 항의시위를 벌이던 상급단체 간부와 학생들을 전원 연행했다.

그러나 영동 하동 여수 평택 울산 태안 보령 당진 등 전국 각지에서 가대위는 탄압을 뚫고 힘찬 투쟁을 전개하며 일부 복귀하는 조합원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김대중 정부에 맞서 한치도 물러섬없이 결사항전을 벌이는 발전노조와 가족대책위는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전원이 해고되는 한이 있어도 민영화 철회 없이는 절대로 복귀할 수 없다!”

정부 전원해고 강행방침 - 이제 남은 길은 연대 총파업 뿐!

정부는 25일 오전 이한동 총리 주재로 긴급 노동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발전노조 파업 미복귀자에 대한 해임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25일) 오전 10시를 기해 미복귀 노조원 전원 해고를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5개 발전회사 사장단은 25일 11시 현재 미복귀 조합원이 3,912명으로 전체 조합원 대비 70%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측은 ‘복귀율 조작’ 장난을 그만두라고 선언했다. 실제 미복귀 조합원은 4천명을 훨씬 넘는 것으로 보인다. 4천명이 넘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싹둑 자르겠다는 것이다.

21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이호동 위원장은 “투쟁에 승리하고 동지들이 복귀하는 그 순간까지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국민의 81%가 반대하는 발전소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그리고 IMF 이후 5년간 노동자를 고통과 파멸로 몰아넣었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파열구를 내기 위해 한달 이상 영웅적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발전노조 투쟁을 승리로 이끄는 길은 단 한가지 뿐이다.
26일 민주노총 긴급 대의원대회에서 정리해고, 요금인상, 전력대란을 가져올 정부의 민영화(사유화) 정책에 맞서 민주노총이 연대총파업을 성사시킴으로써 전 민중의 항쟁으로 발전시키는 길이다. 그 길만이 오만한 정권을 무릎 꿇리고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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