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가 합법적인 이유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1인 시위(one person demonstration)가 부쩍 많아졌다. 장소도 국회의사당, 주한미국대사관, 각 정당 등 다양해졌다. 사람들은 이것을 새로운 형태의 시위로 생각하게 되었고, 공권력의 담당자들도 이에 대해 딱히 문제삼을 것도 없고, 이를 처벌하려고 해도 처벌조항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학자들로서도 이것을 문제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정부가 1인 시위를 규제하는 내용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한다)의 개정안 마련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부터 1인 시위의 합법성 여부, 규제 가능성 여부가 하나의 논쟁거리로 등장하게 되었다.
1인시위 불가=규제 위한 법 개정 공표
현행 집시법은 2가지 유형의 신고대상집회를 규정하고 있다. 옥외집회와 시위(장소이동적 집회)가 그것이다. 집회에 대한 허가제는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허가제의 도입은 불가능하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집회에 대한 신고제이다.
신고제의 입법취지는 관계 경찰당국 또는 행정당국이 집회의 규모, 장소와 성격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집회의 자유를 효과적으로 보장하면서 동시에 공공의 안녕질서와의 충돌가능성을 예방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데 있다.
즉, 사전신고제는 단순히 행정편의를 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집회를 하기 위한 사전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러한 집회를 헌법이 허용하지 않는 집회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전신고제의 이러한 입법취지에도 불구하고 집시법이 사전신고의무를 위반한 사람에 대하여 최고 6월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전신고제의 취지를 몰각하면서 집회의 자유에 대한 최소침해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옥외집회나 시위에 대해서 사전신고제를 규정하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집회의 특성 때문이다.
집회는 그 개념 자체가 최소한 2인 이상의 사람이 모일 것을 전제로 하면서 현실적으로 상황에 따라서 그 수는 수천명, 수만명 또는 그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예정하고 있다. 이것은 집회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서는 타인의 권리나 공공의 안녕질서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국민 모두의 기본권을 균형적으로 보장해 줘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는 국가권력으로서는 이러한 유형의 시위에 대해 최소한의 제한을 가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 수의 많고 적음은 일단 그에 대한 규제의 정도를 달리할 수 있는 하나의 근거가 된다.
집회 자유에 대한 최소침해의 원칙 위반
1인 시위란 무엇인가? 그것은 비록 1인 '시위'라는 용어를 쓰고 있기는 하지만, 집회의 자유나 집시법이 말하는 집회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집회의 자유나 집시법은 1인이 길거리에 서서 또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뜻을 호소하는 행위와는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인 시위는 집시법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집회로서 불법적인 것인가? 이는 그렇지 않다. 1인 시위는 바로 헌법상 보장된 '의사표현의 자유'의 또 하나의 유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학설과 판례에 따르면 헌법은 국민이 자신의 의사를 어떠한 형식으로 표현하는가를 묻지 않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언어, 문자, 그림, 상징(상징적 의사표현), 음반, 비디오물 등 그 형식을 묻지 않는 것이다.
1인 시위는 국민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다양한 형식의 하나에 불과하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합법적인 표현수단이다. 이 때문에 집시법의 개정을 통하여 1인 시위를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바로 국민의 가장 기초적인 인권을 짓밟겠다는 발상으로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의사표현행위 금지 이유 없다
현 시점에서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은 국민의 자유로운 집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집시법에 규정되어 있는 악법조항들을 제거하여 집회의 자유의 보장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1인 시위가 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해를 미칠 위험성은 거의 없다. 온갖 종류의 시위와 비교해 볼 때 가장 조용하고 질서 있는 시위이자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의사표현행위이다. 이를 규제하거나 금지해야 할 법적 이유는 전혀 없다. 어떠한 사유를 들더라도 1인시위를 불법적인 시위로 만들 수는 없다. 1인 시위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고, 따라서 집시법이 결코 규제할 수 없는 합법적인 시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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