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금지 연장, 그 1년의 악몽Ⅱ
"지하철을 탔습니다. 햇살 좋은 아침, 어떤 이들은 아침 잠이 덜 깬 채 의자에 앉아 졸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무심히 신문을 들여다보는 북적대지만 조용한 출근 길 지하철 안에서 전 엉엉 울었습니다. 꼬옥 일년 전 사람들 손에, 가판대 위에 '복수노조 금지 5년 연장'이라는 문구를 담은 신문을 확인하던, 찰나같은 시간이었지만 제 생애의 가장 고통스럽게 긴 순간이었습니다"
'복수노조 금지조항'에 걸려 4번이나 설립신고서가 반려되었던 쉐라톤워커힐호텔 명월관노조 조형수 위원장은 노사정위원회에서 '복수노조 금지 조항을 다시 5년간 연장키로 합의'한 내용이 신문에 실렸던 그날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최악의 황사비가 내리던 지난 20일, 명월관노조 조합원들은 여전히 법외노조로 있으면서도 2년간이나 꾸준히 진행해 온 조합원 수요모임을 가졌다. 늦은 근무를 마치고 밤 12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모일 수 있는 지친 밤인데도 이들은 그동안 현장에서, 또는 복직투쟁을 하면서 지내온 일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일년이 넘도록 노조의 합법화를 위해 애써온 서로를 다독거렸다.
비합법노조로 2년간 지속된 늦은 밤조합원수요모임
4번의 노동조합설립필증 반려
3년 전, 그러니까 99년 11월11일 워커힐호텔에서 운영하는 갈비전문점 명월관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은 1년 단위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워커힐호텔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과 차별을 받아오다 이를 개선하고자 노조를 결성했다.
그러나 워커힐호텔 노동조합의 가입대상에 명월관 노동자들까지 포함되어 있어 명월관노조의 첫 번째 설립신고는 '복수노조금지조항'에 위배되어 반려됐다. 이에 워커힐호텔 노조에 명월관 노동자들의 가입을 받아주거나 조직대상에서 제외할 것으로 규약을 변경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결국 명월관 계약직 독자노조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2002년이 되면 폐지될 예정인 이름뿐인 법에 연연하지 않고 노조의 내실을 다져나가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법외노조임에도 불구하고 16명으로 출발한 노조가 불과 한 달 사이 조합원이 71명으로 늘어났으며 회사와의 단체교섭도 진행됐다. 이 교섭과정에서 노조 결성 전에 없던 산재보험 혜택과 연·월차 휴가, 출산휴가도 확보했고 체불임금도 받아내면서 복수노조 금지조항이 사라지는 2002년 1월만 기다렸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해 2월8일, 노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다시 5년 더 연장하는 데 합의했고, 같은 달 28일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이를 뼈대로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명월관노조는 망연자실했지만 실질적으로 자신들이 워커힐노조에 가입할 여건이 되지 않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두 번째 설립신고를 냈다. 그러나 복수노조 금지 조항은 연장된 후여서 역시 반려됐고, 회사 또한 이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로는 명월관노조가 '불법노조'라며 협상테이블에 나올 것을 거부했다. 이후로도 노조는 세 번째, 네 번째 까지 설립신고를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오히려 네 번째 설립신고를 하던 지난해 5월24일, 조합원들은 전날인 23일부터 25일까지 아침 8시부터 해당 관서인 광진구청에 모여 노조의 합법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했지만 설립필증 발부는 고사하고 6월30일 부로 위원장을 포함한 노조간부 11명이 계약해지를 당하게 됐다.
..그리고 그 후
워커힐호텔은 지난해 11월 직제개편을 하면서 '외식사업부 명월관'을 '식·음료부'로 부서변경을 하고 기존 명월관 내에 4가지 서로 다른 고용형태를 도입했다. 총 120명의 노동자 가운데, 40명은 명월관에서 직접 고용한계약직이고, 20명은 용역회사 2곳을 통한 용역직원이다. 또한 20명은 워커힐호텔의 정규직원이고 10명은 워커힐호텔에 소속돼 있는 아르바이트 사원이다.
이같은 직제개편에 대해 명월관노조는 "조합원의 일부를 워커힐호텔 정규직원으로 전환시켜 결국 명월관노조가 복수노조임을 확실히 하려는 술책"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워커힐호텔은 명월관 소속 노동자들이 계약직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자동계약갱신을 하는 방식으로 10년이 넘게 계속 고용을 해 왔으나,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다음부터 매년 7월에는 사원심사를 거쳐 일부를 계약해지하고 있다. 그런 반면 호텔쪽은 명월관노조의 복수노조 혐의에 쐐기를 박듯 이 과정에서 계약직 중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고 있어, 조합원들은 사원심사 때만 되면 계약해지 등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가 하면 정규직 전환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자연스레 노동조합 활동에도 소심해졌다. 때문에 70명이 넘던 조합원들은 이제 겨우 22명이 남았다.
그나마도 계속해서 회사가 고용형태가 다른 직원들간의 반목을 조장하고 남아있는 명월관 조합원들 중 상당수가 사원심사에서 어차피 정규직 전환이 누락되거나 힘든 보직으로 갈 것을 염려하여 조만간 퇴사를 결심하고 있다고 한다. 복수노조 금지 연장 법안 통과 1년 만에 한참 제 궤도에 오르던 노조가 엄청나게 축소되는 시련을 겪은 것이다.
지난해 6월에 계약해지된 7명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냈지만 모두 기각되었다. 명월관이 계약기간 만료로 계약해지를 한 것은 이들이 처음이었고 모두 근속연수가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여년이지만 지노위는 '계약기간 만료에 의한 계약해지'로 판단했다. 그렇지만 노조간부인 이들 해고자들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요구하여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명월관노조 조 위원장은 "노조설립 필증 신청을 다시 할 계획인데 간부들이 모두 해고자들이라 집행부를 새로 꾸려야 한다"며 "비합법노조로 2년이 넘게 있으면서 조합원들의 상실감도 커서 노조를 책임 있게 이끌어갈 차기 집행부를 세우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복수노조 금지가 다시 5년간 연장된 지 1년 만에 이만큼 상처가 커진 명월관 노동자들에게 다시 4년을 기다리라는 것은 너무도 가혹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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