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보다 진한 한-일 레미콘기사 동지애
반가운 손님이었다. 현해탄 너머, 비행기로는 2시간 거리인 가깝고도 먼 일본에서 와 '동지'라고 부르며 악수를 청하던 사람들. 지난 14일 한국을 찾은 그 일본인 3명은 전일본항만노조 관서지방건설지부와 전일본건설운송연대노조(일본운송노조)에서 일하고 있는 노조간부들이다. 자신들의 활동내용이 담긴 두툼한 자료와 함께 그들이 꺼낸 선물은 한국의 레미콘노동자 문제 해결에 함께 하겠다는 '연대'였다.
월드컵 기간 중 한-일 공동 투쟁
벌써 10년이 넘게 우리나라 노동조합과 교류를 하고 있는 이들이 이번에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해 합법적인 노동조합을 설립하고서도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는 법원과 자본의 탄압에 맞서 끈질긴 싸움을 벌여야 했던 건설운송노조 현안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해서다. 이들은 그 중에서도 파업기간 중에 해고돼 아직까지 12명이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한 쌍용레미콘 관련 연대프로그램을 구체화해서 들고 왔다.
레미콘운송기사 1,500여명을 포괄하고 있는 일본운송노조에는 우리나라 쌍용레미콘의 모기업인 아시아태평양양회 소속 노동자들이 있다. 아시아태평양양회는 쌍용레미콘 주식의 51%를 소유한 실질적인 주인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아시아권 시멘트산업 그룹화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이다. 이 기업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만들어 2중3중의 통제구조를 만들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락시키는 등 노동착취와 억압이 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월드컵 기간 중인 6월27일경에 이 회사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다. 일본운송노조의 제안은 바로 한-일 레미콘노동자들이 함께 총회 투쟁을 벌이자는 것이다.
이들은 연대의 방법으로 한국과 일본의 각 노조 명의로 아시아태평양양회의 주식을 사서 주주총회에 참석해 한국 쌍용레미콘의 노동자 탄압 실상을 알려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할 것을 제안했다. 모기업인 일본의 노동자들이 한국의 자회사 노사갈등 해결에 나서면 오히려 사태해결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일본운송노조는 6월 하순 일주일 일정으로 한국 건설운송노조 관계자 3명을 초청했고, 건설운송노조는 20일 투쟁본부 회의에서 이 제안을 받기로 결정했다.
방일기간 중에 한-일 운송노조는 근로자성을 인정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의 법적 지위에 관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한편 도꾜, 오사카 등에서 대중집회를 함께 가질 계획이다.
이 반가운 손님들은 3일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건설운송노조 장문기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관계자, 전순옥 박사, 구속수감중인 단병호 위원장, 한-일 교류의 물꼬가 됐던 서울지역의류업노조 관계자들을 만났다. 특히 이 가운데 유창하게 우리말을 구사하던 항만노조 건설지부 나까무라 부집행위원장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금수 이사장을 만나 반가움을 더했다. 김 이사장이 쓴 '간부활동론'을 일본어로 번역, 6월에 출판기념식을 가질 계획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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