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호 그때의 말 지금의 현실

윤재설 dllp21@kdlpnews.org

1998년 시민사회단체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을 강력히 요구할 때까지만 해도 정부는 빈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뒷짐만 지고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1999년 6월 이른바 '생산적 복지'라는 개념을 내세우면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중산층과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것"이라며 "머지않아 국민생활보장기본법을 만들어 국민이 생활에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힌 후에야 비로소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제1조(목적)에서 "생활이 어려운 자에게 필요한 급여를 행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제4조에서 "생활보장은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하지만 "근로능력에 관계없이 빈곤선 이하의 모든 저소득층에게 최저생계비 이상 수준의 생활을 국가가 보장"하려는 목적으로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현실은 정작 입법취지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우선 현행 제도로는 빈곤율 이하 인구 중 일부만이 공공부조의 적용을 받고 있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소득을 근거로 보건사회연구원, 통계청 등이 추정한 근로자가구의 빈곤율이 7∼11% 정도인데 반해 지난해 수급자는 1백55만명으로 3.3%에 불과하다. 빈곤선 이하 모든 저소득층의 생활을 보장한다는 장미빛 약속은 온데간데 없다.

또한 최저생계비의 산정이 중소도시 4인가구를 기준(올해 99만원)으로 획일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도시나 농촌의 경우에는 다를 뿐 아니라 노인, 장애인 가구의 경우에도 다르게 산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보건사회연구원 자료만 보더라도 장애인가구의 경우 월 15만8천원의 추가생계비가 필요하지만 현행제도로는 1∼2급 중증장애인에게 4만5천원의 장애수당이 일괄적으로 지급되고 있다.
엄규근 장애인실업자종합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의료비, 교통비 등 지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장애인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고 지적했다.

또 생활보호제도에는 없었던 주거급여가 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새로 생겼지만 올해 월 2만8천원(1∼2인 가구)∼4만원(3∼4인 가구)으로 책정돼 영구임대아파트 임대료(12∼15만원선)에도 못 미치는 '생색내기'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자활사업의 경우 "수급자의 근로능력·가구여건·자활욕구 등을 감안하여 가구별 자활지원계획을 수립"하고 "근로능력자에 대하여는 근로유인장치를 두어 근로의욕 감퇴를 방지"한다는 의도와는 달리 관련 예산이 부족한 상태에서 비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노대명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빈곤층을 기존의 노동시장에 떠다미는 형국"이라며 "간병이나 보육, 집수리 등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 이들을 참여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82호] 4.8 ~ 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