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호[르뽀]잠정합의까지 숨가빴던 하룻동안의 기록 "긴장...혼란...침통"

오진아 dodani@kdlpnews.org
민주노총 총파업을 하루 앞둔 4월 1일 저녁 7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홍우 민주노총 사무총장과 김원배 노동부 기획관리실장 등 노정 협상단이 만났다.

이미 한달 가까이 진행된 비공식 협상을 통해 노정은 "민영화 문제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는다"는 것에 어느 정도 의견접근을 본 상태였다. 밤 10시. 정부측에서 "민영화가 비교섭대상임을 인정하고 이를 명문화하자"는 안이 나왔다.

민영화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해놓고 이제와서 이를 명문화하자는 정부측 요구를 민주노총측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2일 새벽 2시45분, 결국 교섭 중단. 노정 협상단은 오전중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오전 10시30분. 민주노총 임원과 산별연맹 위원장, 지역본부장 등으로 구성된 투쟁본부 회의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이날 새벽까지 진행된 교섭상황을 보고 받고 "현재까지 교섭결과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예정대로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결정을 내렸다.

11시 민주노총 기자회견. "민주노총은 4월 2일 오후 1시부터 393개 사업장 14만여명이 파업에 돌입하며 전교조 조합원 8천여명이 오늘 조퇴투쟁에 들어갈 것입니다."

11시20분 롯데호텔. 노정 협상단이 최종 협상을 위해 다시 만났다. 파업 돌입까지 불과 1시간반 정도를 남겨둔 시간이었다.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협상결과를 기다리던 임원들은 12시까지는 협상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야한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결렬이든, 타결이든.

다시 롯데호텔. 민주노총 협상단은 최종안 마련을 위해 명동성당에 있는 이호동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11시40분. 민주노총 협상단이 "2002년 3월 8일 중노위 중재재정을 존중하여 발전소 매각문제에 대해서는 논의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최종안을 정부측에 던졌다.

12시. 방용석 노동부장관이 교섭장소에 나타나 "3월 8일 중재재정과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여 발전소 민영화 문제는 앞으로 교섭에서 재론하지 않는다"는 정부측 최종안을 제시했다. 노정간 줄다리기 끝에 "발전소 민영화에 대한 교섭은 논의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으로 의견접근 이루어졌다. 이때가 12시40분.

12시55분 민주노총 사무실에 협상단으로부터 잠정합의됐다는 소식이 전달됐다. 파업 돌입 직전이었다. 전문과 3개 항으로 된 잠정합의안을 전해들은 민주노총 임원들은 대부분 말을 아꼈다. "잠정합의안만 가지고는 어떤 상황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같은 시각, 명동성당에 있는 발전노조 지도부는 이 잠정합의안을 놓고 회의에 들어갔다. 오후 1시. 허영구 위원장직무대행이 민주노총 상근자들을 한자리에 불렀다. "파업은 일단 유보하기로 했습니다." 상근자들 역시 할 말을 잃었다.

민주노총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발전노조 상황실에 있던 몇몇 활동가들로부터 "겨우 이것 따내려고 한달 넘게 파업한 것이냐"는 강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오후 1시17분, 연합뉴스에 "발전파업 노정협상 극적 타결"이란 제목으로 기사가 떴다. 상근자들이 흩어져 산별연맹과 지역본부에 전화로 지침을 전달하는 동안 민주노총 사무실은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로 정신이 없었다.

"기아자동차노조인데요, 우린 벌써 공장에서 나와 안산역에서 집회중인데 어떻게 합니까?" "집회장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그럼 다시 돌아가야 하나요?" "4시 종묘집회도 취소된겁니까?"

민주노총은 "일단 현장으로 복귀해서 대기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지만 현장에서는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일찌감치 점심식사를 마친 조합원들이 집회장으로 가다가 파업유보 소식을 듣고 공장으로 되돌아오거나 퇴근했고 아직 공장에서 출발하지 못한 조합원들은 조업에 들어가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조퇴서를 내고 학교를 나왔던 전교조 조합원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 강행된 오후 4시 종묘공원 집회는 2천여명의 조합원들만이 모인 채 '투쟁 결의대회'도 '교섭 보고대회'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끝나버렸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은 3일 민주노총 투본회의에서 잠정합의안이 폐기되고 이호동 발전노조 위원장의 복귀명령이 내려질 때까지 계속 반복되면서 조합원들의 불신을 키워갔다.
[82호] 4.8 ~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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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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