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률/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연구원
이스라엘 병사가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서 팔레스타인 피난민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팔레스타인 지역에서의 아랍인-유대인 유혈사태의 원인은 무엇인가?
현재의 팔레스타인 유혈사태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고 긴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두 민족간 갈등이 시작된 것은 1백20년 전인 1880년대부터이다.
프랑스에서의 드레퓌스 사건, 러시아에서의 짜르II세 암살 사건으로 유대인들이 대대적인 탄압을 받기 시작하자 그들은 유대민족주의(시오니즘)를 부르짖으며 가나안 땅으로 귀향하기 시작했다.
1948년 5월 14일 오후 4시, 이스라엘 국가건설이 선포되자 몇 시간 후 이집트, 요르단 등의 아랍군대가 이스라엘을 공격함으로써 4차에 걸친 기나긴 중동전쟁은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3차 중동전쟁에서 시나이반도 전체와 요르단강 서안지역 및 동예루살렘, 그리고 레바논의 골란고원까지 점령해버렸다.
미국의 중재로 1978년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캠프데이비드 평화협정에 합의했으나, 그로부터 10년 후인 1987년에 인티파다(민중봉기)가 발생하여 1천명 이상이 사망했다.
1991년 마드리드 협상을 시작으로 하여 2000년 7월 캠프데이비드 협상(결렬) 때까지 클린턴 행정부는 비교적 공정한 입장에서 갈등의 직접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중재했다. 그러나 2000년 샤론정권, 2001년 부시정권이 들어오면서 중동평화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팔레스타인 유혈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보수세력을 포함한 샤론정부, 야당, 반전 시민세력)과 팔레스타인 내부(아랍민족주의 세력인 PLO와 이슬람 세력인 하마스·이슬람 지하드·헤즈볼라 등 이슬람단체들), 이집트·시리아·레바논·요르단·이라크로 구성되어 있는 팔레스타인지역의 지역질서, 그리고 미국과 유럽 등의 주요 행위자들의 행위를 역동적이고 구조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평화과정(peace process)에서의 주요 행위자는 이스라엘(강경 보수당인 리쿠드당이 집권했을 때도 있었지만) 노동당의 바라크, 협상파인 PLO, 미국의 클린턴 민주당정권이었다.
따라서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합의를 보지 못했고, 이슬람단체들의 테러는 계속됐지만 전반적으로 평화무드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2000년 샤론, 2001년 부시가 집권하면서 중동평화협상은 깨지고 말았다.
현재 주요 쟁점이 되는 의제는 종교적 성지 문제, 아랍인 죄수 석방문제, 레바논 등 중동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의 귀향문제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아랍국가 건설'을 이스라엘이 합의해 주느냐의 여부이다.
아랍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야 하고 가자지역, 요르단강 서안 등 팔레스타인 지역에 건설했거나 건설중인 정착촌에서 철수해야 한다.
그런데 샤론 정권은 미국의 강경 일방주의 정책을 이용하여 1990년대에 합의된 내용까지도 모두 철회하고 오히려 라말라, 나블루스 등 팔레스타인 지역의 주요 도시를 점령해 버렸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PLO 의장 아라파트와 이슬람 단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현재 PLO는 테러조직이 아니며 현재까지 팔레스타인 아랍인을 대표하는 이스라엘의 협상 파트너였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발생한 14회 정도의 자살폭탄테러는 대부분 이슬람단체들이 한 행위였다. 이들은 무력투쟁을 통한 아랍이슬람국가건설을 그들의 최고의 목표로 하고있기 때문에 PLO의 평화협상을 반대하고 있다.
현재 팔레스타인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세력은 미국뿐이다. 그런데 미국은 현재까지 대테러전쟁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군사적 시위를 묵인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제5차 중동전쟁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주변 아랍국가들 중 이집트, 요르단은 친미적인 온건 국가로 변했고, 레바논과 시리아는 군사적으로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헤즈볼라를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이미 철수했던 레바논 남부에 재주둔함으로써 시리아, 레바논과의 재충돌을 유도할 가능성은 있다. 이라크는 미국의 공격설로 발이 묶여있는 상황이다.
나치군이 유대인 집단거주지인 게토에서 그들을 끌어내어 가스실에 보내는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장면이 생생하다. 현재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은 아마 당시 유대인과 같은 심정일 것이다. 땅을 둘러싼 1백20년간의 아랍인-유대인 갈등은 평화협상을 통한 팔레스타인 아랍국가를 건설할 때에 해결될 것이다.
[82호] 4.8 ~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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