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호[국제]당내좌파 블레어 우파노선 ‘교정’ 추진

윤재설 dllp21@kdlpnews.org
공공-민간 파트너쉽을 통한 공공서비스의 사유화 추진, 미국 주도의 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군사작전 동참 등 토니 블레어 총리의 우파노선에 대한 노동당 안팎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당 내부에서는 좌파 하원의원 중심으로 허수아비 후보(stalking horse) 추대가 거론되고 있다. 허수아비 후보란 1989년 보수당이 선례를 남긴 것으로, 당시 마가렛 대처 총리에 도전하기 위해 보수당 중도파가 당수 경선에 대처 총리에게 상대가 안되는 후보를 출마시켜 3백14 대 33으로 참패했지만 대처 총리의 지지기반 상실을 대내외에 드러내면서 이듬해 대처 총리의 실각으로 이어졌다.

노동당 좌파의원들의 불만은 지난달 26일 열린 노동당 전국집행위원회(NEC)에서 드러났다. 이날 전국집행위원회에 앞서 좌파언론 <트리뷴>지 편집장 마크 세든과 메리 터너 영국일반노조(GMB) 위원장 명의로 "공공서비스의 사기업화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가 돌려졌다.

하지만 블레어 총리를 비롯한 당권파의 방해로 공공서비스 개혁에 대한 토론은 벌어지지 못했다. 그동안 블레어 총리는 70∼80년대 당지도부 공격의 수단으로 이용됐던 전국집행위원회를 정책에 대한 논의보다는 당의 운영과 관련된 논의만 하는 기구로 위상을 낮춰왔다.

이날 블레어 총리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공격으로 이득을 볼 곳은 보수당일 뿐"이라며 좌파의원들의 주장을 일축해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노동당 밖에서는 그동안 노동당의 최대지원세력인 노동조합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급진좌파 성향의 사회주의동맹(SA) 주최의 회의에서는 노조활동가들 사이에서 "노조에 의해 만들어진 당이 이제 노조를 공격하고 있다"는 분노에 찬 외침이 터져나왔다.

"노조의 정치자금을 민주화하자"는 슬로건을 내건 이 회의에서 통신노조(CWU), 운수산별노조(RMT)의 주요활동가들이 "노동당과의 관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거나 "노동당에 대한 재정지원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통신노조, 소방노조, 운수산별노조와 공공부문노조 유니슨(Unison) 등은 블레어 총리와의 마찰 끝에 노동당에 대한 재정지원이 삭감됐거나 삭감될 예정에 있다.

노조뿐 아니라 일반국민들도 블레어 정부의 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3월 중순에 실시된 <가디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동당 집권 이후 공공서비스가 그대로(46%)이거나 악화됐다(37%)는 응답이 많았으며 개선됐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악화됐다는 응답은 특히 공공운수(47%) 국영보건서비스(NHS, 45%) 등에서 많이 나왔다.

또 블레어정부의 철도시설관리회사 레일트랙 재국유화에 대해서는 46%의 응답자가 '옳다'고 응답했으며 64%의 응답자가 공공서비스의 제공은 사기업이 아닌 국가나 지방정부의 몫이라는 데 동의했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군사공격에 대해서는 51%의 응답자가 반대했다.

같은 조사에서 노동당의 지지율은 43%로 보수당보다 9%포인트 앞서긴 했으나 2월 조사에서 보수당과의 격차가 17%포인트 난 것에 비하면 지지율 격차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서비스 사유화와 미국의 군사공격 동참 등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노동당과 보수당의 지지율 격차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블레어 총리는 우경화된 노선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노동당 노선을 바로 잡으려는 당내 좌파의원들과 노조의 노선투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82호] 4.8 ~ 4.14
태그

영국노동당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편집실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