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호[이론과정책]금리 인상ㆍ부동산 가격 하락 때 위기 도화선 될 수도

조준상/편집위원 sang21@hani.co.kr

가계부채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인들이 나중에 빚 관리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을 생각하지 않고 빚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최근 경기 회복 조짐과 함께 금리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경우 그동안 정부 재정지출과 함께 추락하는 경기를 떠받쳐온 민간 소비지출이 급락할 가능성이 깔려 있다.

가구당 부채 1년새 26% 증가

2001년 말 현재 우리나라 가구당 가계부채는 2천3백30만원으로, 전년 1천8백50만원에 비해 25.9% 늘어났다. 가계부채 잔액은 3백41조7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28%(74조8천억원)가 늘어나, 개인이 한해 동안 벌어들인 개인가처분소득의 90%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은행, 상호저축은행(옛 상호신용금고), 새마을금고, 카드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을 포함한 가계대출은 1년 전보다 25.9% 증가한 3백3조5천억원이었다. 신용카드사와 백화점 등이 할부 구매 등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한 판매신용 잔액은 같은 기간 12조3천2백88억원(47%) 늘어난 38조2천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원화대출금 가운데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4.8%로 지난해 말보다 8.1%포인트나 상승했다. 은행이 가계에 꿔준 돈이 기업에 빌려준 돈보다 훨씬 많아졌다는 얘기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한햇 동안 62조4천5백5억원이 늘어나, 전체 가계부채 증가액 74조8천억원의 83%를 웃돌았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들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민총가처분소득은 전년에 비해 4.5% 증가에 그친 반면, 최종소비지출은 8.4%나 늘어났다. 국민가처분소득 증가율과 최종소비지출 증가율의 격차는 3.9%포인트로 지난해 1.5%포인트에 비해 두 배 이상 벌어졌다.

이는 결국 민간 저축률이 같은 기간 19.3%에서 17.1%로 줄어드는 것을 낳았고, 총저축률도 32.4%에서 29.9%로 줄어드는 것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국내총투자율이 26.8%인 점에 비춰, 경기가 본격 회복되면 국내 저축으로 국내 투자를 감당할 수 없어 해외에서 돈을 빌려와야 할지도 모르게 됐다.

하지만 가계부채는 아직까지 염려할 수준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금융부채와 함께 금융자산이 동시에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20일 발표한 '2001 국민계정'을 보면, 가계와 소규모 개인기업을 포함한 개인 부문의 지난해 금융부채는 3백53조2천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9조7천억원(20.3%)이 늘어났다.

동시에 같은 기간 개인 부문의 금융자산도 8백62조6천억원으로 97조4천억원(12.3%) 증가했다. 결국 개인 부문의 경우 금융부채 증가율과 금융자산 증가율의 격차인 8%포인트 정도가 소비지출로 흘러들어 경기침체를 막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가계부채가 국내 경제의 뇌관이 될지는 앞으로 상황에 달려 있다. 지난해의 경우 신규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간 7.26%로 1년 전보다 2.22%포인트 가량 떨어진 데 힘입어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 회복과 함께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는 소비자 파산의 급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평균 금리 수준이 1%포인트 높아질 경우 이자 부담은 가구당 연간 22만6천원 늘어나는 것으로 한국은행은 추계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부동산 거품 조장

더욱 큰 문제는 가계부채 증가액의 83%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로 인해 토지 및 주택가격이 하방경직성을 보이며 부동산 '거품'이 체계적으로 조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보통 담보가액의 80%, 보증보험을 낄 경우 100%까지 대출해 주고 있기 때문에, 만약 주택가격이 20% 이상 하락하게 되면 은행과 보험사 등은 금융기관은 추가 담보 설정 요구 및 대출 회수에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증시가 뜨자 빚을 내어 증권투자를 하는 규모가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현금·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증권사로부터 빌리는 '위탁자 미수금'이 올해 초 4천6백66억원에서 지난 3월25일 1조2천9백93억원으로 세 배가 늘어났다.

또한 증권사의 중장기 대출금인 '신용융자'도 같은 기간 2천1백70억원에서 3천3백18억원으로 1천1백억원 이상 증가했다. 그렇지만 주가 거품을 불러올 수 있는 이런 신용투자에 대한 규제책은 없는 실정이다.

주식을 사기 위해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최소한의 현금과 주식의 비율인 '위탁증거금률' 설정이 증권사 자율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지난 2월 말 위탁증거금률을 50%에서 40%로 낮췄다. 이전에는 50만원이 있어야 했지만 이제는 40만원의 주식·현금만 있으면 주식 100만원 어치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주식시장 거품을 방지하려면 이런 위탁증거금률을 규제당국이 직접 설정하도록 하는 등 관련 감독 규정을 정비해 대폭 강화해야 한다. 한은이 금리를 올릴 경우 그 파장은 주식시장만이 아니라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반면, 위탁증거금률 규제는 주식시장 거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유용한 정책수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미국의 위탁증거금률인 증거금 규정(마진 리콰이어먼트)을 강화하는 대신, 1999년 6월부터 2000년 5월까지 단기금리를 1.75%포인트 인상한 것이야말로 2000년 3분기 이후 시작된 미국 경기침체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남의 일이 아니다.
[82호] 4.8 ~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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