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호[제안]기간산업 사유화정책 국민투표 요구하자

김현우/서울시지부 교육선전부장
발전노조의 38일간의 파업과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누구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곤혹스럽게 종결되고 말았다. 이번 투쟁의 결과를 정리하고 수습하는 것은 일단 민주노총과 발전노조의 몫일 터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발전노조 투쟁에 무임승차하여 연대한 것이 아니었듯, 지금 그 열차에서 공짜로 내려올 자유도 없다. 당으로서 부담해야 할 책임과 과제의 몫이 있다는 말이다.

구체적 합의문구나 민주노총의 고육지책과 무관하게 발전투쟁의 의미를 제대로 살려나가기 위한, '우리당으로서 할 수 있는' 정치투쟁 전술이 필요하다. 그 대표적인 것은 "민영화 정책 국민투표"를 시급히 널리 제안하고 추진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 파업투쟁에서 정부는 국가기간산업 민영화(사유화)가 노사간 교섭대상이 되지 않으며, 이미 국회에서 '합의'된 사안이기 때문에 노정간 논의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줄곧 주장했다.

그러나 노동자와 국민에게 미치는 직접적이고 막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민영화는 노사간 교섭대상이 될 이유가 충분히 있으며, 노정간 논의 대상도 진작에 되었어야 마땅하다.

오히려 본질은 이렇게 중차대한 국가 사안을 그 내용도 잘 알지 못하는 국회의원들끼리 무책임하게 합의처리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에 있다. 이에 우리는 발전노조 파업 중 분출했던 '국민적 합의' 도출 요구를 가지고 국회와 정부에 민영화 정책에 대한 원점 재검토 요구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막무가내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기간산업 사유화(민영화)는 '대통령이 부의한 중요정책'이며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국민투표법이 정하는 사안에 포함된다.

민영화와 해외매각에 대하여 노동계와 시민단체를 비롯하여 학계, 문화예술계,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반대 여론이 형성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놓쳐서는 안된다.

이 '국민적 합의' 요구를 정치적으로 실물화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러한 국민 여론과 사안의 중대성을 직시하고 현 정부의 국가기간산업 사유화(민영화) 정책의 지속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단지 발전소 매각뿐만 아니라, 철도, 가스, 통신 등을 포함하는 '기간산업 민영화(사유화) 정책' 전반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기는 올해 6.13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하는 것이 가장 적당할 것이다. 기술적·경제적으로도 전 국민이 참여하는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남은 2개월여 간 각종 공개토론회 등으로 노동계 및 제 시민단체, 전문가와 일반 시민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을 함께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속에서 당은 지구당을 중심으로 이 문제를 지역 여론을 형성하는 투쟁으로 상승시키고, 나아가 지방선거 시기를 민영화 정책을 함께 심판하는 대중투쟁으로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부는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논의 자체를 꺼려할 것이다. 그러나 제안 투쟁 과정 자체가 맹목적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문제 제기라는, 파업투쟁의 가장 큰 성과를 이어가는 길이며, 그 성과로 정부를 압박하는 최적의 전술이다.

정부가 재개하려는 공기업민영화추진위원회와 향후 민영화 추진 일정에도 국민투표 요구는 계속하여 효과적인 브레이크가 될 것이다.

이러한 제안이 이미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하면 늦지 않는다. 정부와 국회가 민영화 세부 작업에 착수할 때가 되어서야 다시 똑같이 단식농성이나 가두투쟁을 하자고 하면 더욱 늦을 뿐 아니라 효과도 미미할 것이다.

김대중정권 심판 국민투표가 무위로 돌아갔던 지난 해의 당의 무기력증을 상기하자. 지금 민영화 정책 국민투표는 당이 선도할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이고 선명한 정치투쟁이다.

당장이라도 성명, 기자회견, 대중적 캠페인, 언론플레이, 제반 법적 수단을 총동원하여 국민투표를 제기하고 홍보하자. 어려운 상황에 처한 민주노총과 발전노조를 일으켜 세우는 데에서 당의 역할을 생각하자.

당은 "투쟁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사유화 저지라는 큰 전투에서 정국을 선도할 당의 투쟁 방도를 생각하자.
[82호] 4.8 ~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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