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혁/작곡가ㆍ가수
음악을 들으면서 고민을 할 때가 있다. 진지하고 의미 있는 노래지만 왠지 무겁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 반대로 노래가 재미있고 시원시원하지만 듣고 돌아서면 왠지 허무해질 때가 그렇다. 그럴 때면 흥겨우면서 의미 있고, 진지하면서 즐거운 음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 때 그랬다. 수도 없이 쏟아지는 음악 중에 마음에 와 닿는 것들이 없어서 '아, 이제 슬슬 트로트의 세계로 입문해야하나' 하던 차에 만난 음악이 바로 '밥 말리'다.
그때 내가 열심히 듣던 음악은 조금 진지한 것들이었다. 러시아 젊은이들의 고뇌를 다룬 빅토르 최,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에 와서 윤도현 밴드와 공연을 한 최 건. 록과 중국 민속악기를 너무도 잘 어울리게 만들어서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 양 최씨가 워낙에 고수들인지라 이 무거움들이 조금 부담스러울 무렵 밥 말리를 만난 것이다.
뭐랄까? 몸이 먼저 들썩거리는 데, 그 내용을 살펴보니 참으로 진지하다. 그의 목소리는 촌스러움과 세련됨, 슬픔과 경쾌함, 거침과 부드러움이 하나로 녹아있는 것처럼 들린다.
흔히 판소리에서 맑은 목소리로는 사람을 진정으로 감동시킬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 혹독한 훈련을 통해 득음-탁성을 얻고 그 소리로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는 거다. 이 비유가 적절할까 모르겠지만.
서인도 제도의 작은 섬 자메이카에서 태어난 밥 말리는 70년대 자메이카의 민속 음악인 레게음악으로 영, 미 대중음악에 큰 영향을 주었다.
국제 엠네스티 재단의 공식 음악이 된이나 밥 말리 스스로 가장 맘에 들어했던 음악 ,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노래한 , 그리고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녹음한 그 외에도 많은 곡을 히트시켰다.
죽을 때까지 그의 관심은 항상 억압받는 사람과 흑인들의 삶에 가 있었고 짐바브웨 독립투쟁과 자메이카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 실제적인 활동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때 건모오빠가 <너에게>란 노래로 레게음악을 시도한 적이 있다. 뭐, 나쁘지 않았지만, 밥 말리처럼 레게음악을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어찌됐건 우린 자메이카인이 아니니까.
꼭 레게가 아니더라도 진지하면서 흥겹고, 슬픔과 기쁨이 한 데 어우러진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강해서 부러지는 음악이 아니라, 부드러움을 갖추고 모든 사람과 흥겹게 즐기며 싸울 수 있는 음악 말이다. 문득 옛 성현의 말이 생각난다.
아는 것 보다 사랑하는 것이 낫고, 사랑하는 것보다 즐기는 게 낫다고. 아... 사랑보다 즐거움이라... 슬슬 머리가 아파온다.
밥 말리 사이트 www.bobmarley.com
[82호] 4.8 ~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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