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진/ 민주노총 정보통신부장
'대망의 21세기'가 열리던 해 인터넷에 어떤 학생이 이런 글을 썼다. "21세기가 되었는데 왜 로봇이 집안청소도 안 하고, '땅으로 다니는' 만원버스 타고 학교에 가야되고, 아부지는 맨날 일에 지쳐 술에 절은 모습으로 밤 늦게 퇴근하는가."
아직도 21세기를 '꿈과 이상의 신세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이제 '21세기'가 되었으므로 곧 모든 이가 굴종과 억압의 노동에서 해방돼 평등한 세상에서 풍족하고 행복하게 삶을 누리는 때가 '저절로' 올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는가.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기껏 유치원생이나 상대하는 최하급 사기꾼이거나, 수십년 동안 동굴에 갇혀 공상과학소설이나 읽다 나온 자임에 틀림없다. 그런 세상은 그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결코 저절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자, 그럼 '정보화사회'는 어떤가. 아직도 '정보화사회가 오면 모든 사람이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열어나갈 것'으로 믿는 사람이 있는가.
정부와 자본은 90년대 이후 입만 열면 '산업화는 늦었어도 정보화는 앞서가자', '정보가 곧 세상을 바꾼다' 따위의 온갖 화려한 어구를 동원해 '사회정보화'라는 걸 추진하면서 국가예산과 인력을 쏟아 부었다.
이제 인터넷 초고속 통신망 보급 세계최고가 된 이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그들의 뻔한 '3류사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보강국' 대한민국 정부는 전자주민카드니 전자건강카드니 생체인식여권이니 하면서 국민감시에 혈안이 되어 있고, 자본은 온갖 정보·영상기술을 이용해 노동자의 머릿속까지 감시하려 발악한다. 투쟁시기만 되면 '전자민주주의의 첨병'이라는 인터넷을 검열하겠다며 난리를 피우고, 따라가기도 버거운 온갖 기술로 노동자, 민중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통제하려 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이 '정보화'를 통해 이루고자 한 짓이며, 계획이었던 것이다. 단지 시간이 흐르는 것만으로 21세기가 행복해지지 않듯이 그들이 이야기하는 그런 '행복한' 정보화사회는 단지 생산기술의 향상, 생산력 증대만으로 결코 오지 않는다. 그것은 다만 '자본의 첨단화'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정보화를 '우리의 무기', '우리의 생산력'으로 돌리기 위한 투쟁만이 '평등한 정보화사회'를 안겨 줄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정보화된 사회'에서 조차 노동자가 진정으로 해방된 노동을 하게 되는 세상은 정치적이고 계급적인 투쟁을 통해서만 건설될 수 있으며, 그 투쟁은 바로 노동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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