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차원의 투쟁이라면 그에 걸맞는 요구를 내걸고 싸워야지 민주노총 지도부가 발전노조 교섭에 대신 나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도부가 교섭에 매몰돼 현장감을 잃었다."
"누구 탓이라고 돌릴 게 아니라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실력이 드러난 것이다."
"총파업 동력이 안 되는 문제를 소수 지도부만 고민하는 구조가 이런 결과를 불렀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합의(98년 2월6일)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은 파업유보사태와 관련해 현장조합원들은 이처럼 다양한 진단을 내놨다. 최종교섭안 수용여부를 놓고 발전노조(위원장 이호동)가 10시간이나 논란을 벌이고 있음에도 4월2일 오후1시로 예정됐던 총파업이 유보됐다는 점에서 조합원들은 저마다 분노와 불신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진단과 재발방침대책 모색이 절실하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었다.
분노·불신 여전히 커
우선 민주노총이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저지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결의했음에도 발전노조 교섭을 마무리하는 양상으로 치달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현장조합원의 분노를 전달하기 위해 5일 밤부터 8일 아침까지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 점거농성을 벌인 금속노조 대구지부의 한 조합원은 이와 관련해 "3월26일 대의원대회에서 4시간 시한부 파업을 결의한 것으로 이해하고 현장에 돌아갔는데 느닷없이 '사흘 파업' 지침이 내려와 동료들을 설득하느라고 애를 먹었다"면서 "지도부는 조합원들에게 발전소 사유화·해외매각 반대를 위한 파업을 촉구하면서도 스스로는 이 결의를 파기했다"고 말했다. 발전노조 엄경식 서부본부장은 "현대자동차노조가 발전노조의 요구를 내걸고 파업하는 것은 무리"라며 "발전노조의 투쟁이 민주노총 차원의 대정부투쟁으로 확대됐으면 그에 따른 요구를 내걸고 걸맞는 투쟁을 준비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도부가 8일 중앙위에서 "교섭에 매몰됐다"고 자인했듯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여기에는 "총파업 동력이 안 되는데도 엄포용으로 실천 불가능한 전술을 구사했다"는 비판과 "지도부가 대중투쟁의 역동성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엇갈렸다. 기아자동차노조 활동가 조직인 '현장의 힘' 운영위원 노종오 씨는 "노조 차원에서 발전소 민영화와 해외매각의 문제점을 열심히 홍보했음에도 2일 화성지부 집회에 나온 인원은 5백명에 그쳤다"면서 "임단투 때 같으면 점심집회에 적어도 3천명은 모였을 텐데 준비가 부족한 파업으로 때문에 노동자들의 부족한 연대의식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대정부투쟁 걸맞는 요구·준비 부족
노정교섭에 대한 준비부족도 지적되고 있다. 사무금융연맹 장화식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한 이후 노정교섭을 꾸준히 요구했으나 정작 노정교섭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심지어 임원들이 최종교섭안 내용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고 말했다.
교섭타결 시점을 놓쳤다는 진단도 나왔다. 2000년 호텔3사노조 파업에 함께 했던 호텔노조의 한 간부는 "타결시점을 놓치면 파업이 장기화되는데 수배자와 징계가 늘어나면서 애초의 요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형편없는 내용으로 마무리된 경험이 생생하다"며 "지도부는 조합원들 앞에서는 '끝까지 싸우면 이긴다'고 고함치고 뒤에서는 교섭 마무리에 허둥댄 꼴이어서 조합원들의 분노가 컸는데 이번 발전노조 사태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1년에 몇 번씩 하는 총파업은 파업이 가능한 조직과 불가능한 조직이 경험적으로 분명히 나뉜다"며 "정치총파업이라면 온갖 요구를 나열할 게 아니라 전체노동자의 분명한 요구를 내걸고 몇 년을 준비해 다수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간부는 또한 "교섭단의 실수만 탓해서는 해법이 나오기 어렵다"며 "민주노총 차원의 장기적 운동전망이 나와야 전략과 전술 운용에 일관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 운동전망 나와야
기아자동차노조 노종오씨는 "민주노총이 대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대다수 국민이 발전소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하는 사업에 치중했다"면서 "총파업을 결의했으면 조합원들에 대한 조직화와 교육선전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노조의 한 조합원은 "비대위 체제가 구성되는 대로 민주노총의 요구를 내걸고 제대로 된 투쟁에 나서야 조합원들의 불신을 잠재울 수 있다"고 주문했으며, 보건의료노조의 한 조합원은 "사실상 파업이 어려운 조직을 고려해 집회나 가두투쟁만이 아닌 다양한 투쟁전술이 구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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