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구원투수일 뿐입니다."
오는 24일 임시대의원대회까지 지도부 공백을 메우면서 사태를 수습할 임시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된 이수호 전교조 위원장은 자신의 임무를 이렇게 표현했다. 선발투수가 실투로 마운드를 내려간 사이 더 이상의 실점을 막고, 그 사이 몸을 푼 공식 마무리 투수에게 공을 넘겨줄 '중간계투'라는 것이다.
교수·공무원공대위 집행위원장, 사립학교법개정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일본교과서문제대책위 상임대표, 책읽는사회만들기 상임공동대표 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이 위원장. 임시비대위원장 자리가 "나는 천상 선생이다"는 이 위원장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이 위원장은 "평범한 교사를 이 자리까지 오게 한 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모순"이라며 "혼란 수습과정을 잘 밟아 우리 운동의 민주적 기풍과 투쟁력을 복원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4월10일, 오전10시부터 민주노총 사무총국 집행책임자들과 오전회의를 마친 뒤 짬을 내 이 위원장을 만났다.
△어려운 시기에 비대위를 맡았다. 중심에 둘 조직운영방안이 있는가
=민주적 절차를 지키고, 사태의 책임을 진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어느 조직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혼란이다. 수습과정을 잘 밟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습은 사태 봉합이 아니라, 혼란을 조직의 힘으로 전화시켜 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중앙위에서 8시간에 걸친 논의가 진지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조직의 힘을 느꼈다. 대의원대회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 공백을 매우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흔들림 없이 일상업무와 발전투쟁을 책임 있게 수행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생각이다.
△중앙위에서는 '권력을 조합원에게로'라는 말까지 나왔다. 혼란의 원인은 무엇이라 보는가.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정책에 맞선 노동진영의 저항이 수세에 밀리고 있는 것이 지난 수년 동안 민주노조운동의 발목을 잡아온 근본 원인이다. 이같은 혼란이 총파업 철회 과정을 통해 격하게 터져나왔다. 개인적으로는 총파업을 강행했더라면 노정간 역관계가 역전되었으리라 생각하지만, 교섭단과 지도부의 고뇌와 결단 역시 이해한다.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민주적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는 과정이 부족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내부의 패권이 아니라 정권과의 싸움 아닌가.
△24일 대의원대회에서 비대위원장을 선출한다. 5월투쟁을 지휘할 야전사령관인 셈인데,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보다 결정사항을 철저히 집행하는 게 중요하다. 다양한 의견그룹과 각 산별연맹·지역의 의견을 고루 취합해 한번 결정하면 사견을 접고 반드시 집행하는 건강한 조직기풍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좋은 교훈이기도 하지만, 잘 극복하지 못하면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조합원의 꾸지람을 잘 받아들이고, 전열을 정비해 싸움을 준비해 나가자. 민주노조운동은 언제나 사회변혁·민주화와 함께 해왔음도 잊지 말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한 말씀.
=혼란스럽고 어려울수록 원칙과 기본이 중요하다. 조합원 모두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민주노조운동에 나서야 한다. 이 상황을 개인탓으로 돌려 손가락질하지 말고, 대승적 관점에서 뭉쳐 단결하자. 실망해 주저앉기보다는 역전의 기회로 삼아 대오를 단위에서부터 추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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