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팔자’ 국민 ‘안된다’
38일간에 걸친 발전노조 파업이 2일(화) 민주노총 교섭단의 노정합의와 이어진 총파업 철회로 일단 마무리됐다. 이번 노정합의로 승기를 잡은 정부는 애초 계획대로 발전소 해외매각을 적극 추진해나갈 것임을 분명히하고 나섰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과 방용석 노동부 장관은 3일(수)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민주노총은 총파업 일보직전에 합리적인 결단을 내려줬다”면서 “발전소 민영화 관련 교섭은 논의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합의함에 따라 이번 주 중 공기업민영화추진위원회를 열어 발전회사의 민영화를 계획대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방 장관은 발전노조가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번 합의서는 단협 합의가 아니고 일종의 정치적, 정책적 성격의 합의문인데다 발전노조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에 교섭권을 위임한 만큼 도장을 찍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노정합의 다음날인 3일(수) 투쟁본부대표자회의를 통해 “정부가 합의안을 왜곡하여 민영화 강행에 악용하고 있다”며 노정합의안을 폐기했으나, 총파업 불발로 허탈해진 여론을 단기간에 수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애초 민주노총은 2일(화) 오후 1시부터 발전소의 해외매각 반대와 4천 명 집단해고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총파업 시간을 10여 분 남긴 상황에서 교섭단의 노정합의가 이루어졌으며, 이 즉시 파업대기 지침이 내려졌다. 이날 합의는 ‘민영화 관련 교섭은 논의대상에서 제외한다’, ‘조합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과 징계가 적정한 수준에서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그간 ‘민영화’만큼은 건드릴 수 없다는 정부측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민주노총에 교섭권을 위임한 이호동 발전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발전노조 지도부는 이날 긴급회의를 거듭한 끝에 일단 총회를 개최해 조합원들의 의사를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산개해 있던 조합원 일부는 밤 10시 30분 경 명동성당에 집결해 “납득할 수 없는 협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토로했다.
이어 이호동 위원장은 이튿날인 3일(수) 오후 1시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 달이 넘는 발전노조원들의 피맺힌 외침이 헛되지 않기를 간곡히 호소하며 현장으로 돌아간다”고 밝혔으며 1시 30분 전원 복귀명령을 내렸다.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38일 동안 사력을 다해 싸웠다”며 “가슴 아픈 노조원들의 항의에 대해서는 모두 가슴에 안고 가겠다”고 답했다. 이로서 지난 2월 25일 발전, 가스, 철도 등 국가기간산업 3차 연대파업투쟁을 시작으로 38일간 이어진 발전노조 조합원들의 산개투쟁은 일단락되었다.
한길 리서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81%가 발전소 해외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를 비롯한 각계 각층의 우려 섞인 목소리는 전달된 지 오래다. 심지어 “재검토 해 보자”는 여론조차 무시하는 김대중 정부. 도대체 대통령이 임기 내에 발전소를 팔아치워야 하는 이유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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