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가 남긴 것 국부 유출, 헐값 매각, 특혜 시비

열병합발전소 민영화 1호 LGPOWER. LGPOWER는 난방비를 올리려다 주민들의 반발로 올리지 못했다

현 정부는 IMF 위기 이후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금융, 기업, 공공, 노사 부문 등 4대 개혁의 일환으로 발빠르게 추진했다.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경영을 혁신하고 공기업 매각을 통해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자는 것이 주요 근거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추진됐거나 예정된 공기업 매각은 국부 유출, 헐값 판매,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편집자>

포항제철
“민영화 유보하자” 산자부도 외쳤건만

알짜배기 중의 알짜배기로 알려진 포항제철(포철)은 현재 지분의 56%가 외국인 소유다. 한국의 철강산업을 독점하다시피한 공익성 법인이라는 이유로 IMF 이전까지는 외국인 지분을 제한했지만 김대중 정부는 결국 포철도 내주고 말았다.

사실 포항제철은 98년 12월 미국측이 민영화와 독점해제를 요구하기 전까지만 해도 민영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99년 1월, 미국 측의 요구를 대폭 수정한 우리 측 안에서도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등과 함께 포철은 여전히 민영화 유보 대상이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포철을 유보 대상에서 삭제하라고 강력히 요구했고 외국인 지분을 30%로 제한하려 했던 산업자원부의 입장도 무너지고 말았다.

민영화 이후 포철의 외국인 지분율은 56%까지 높아졌다. 반면, 우리 정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은행이나 투신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소유한 지분은 20%에 불과해 경영진 교체에 필요한 최소 지분인 25%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중공업
3조 짜리 공기업 3천 억에 팔아 치워

한국중공업은 자산가지 3조6천억 원에 이르는 거대 공기업이다. 그러나 한국중공업을 인수한 두산이 지불한 금액은 3천억 원뿐이다. 두산은 계열사 자금을 끌어와 매각 대금을 지급했는데 이로 인해 출자총액제한(회사가 다른 회사에 출자하는 금액에 제한을 두는 제도)에 걸리게 되자, 정부는 ‘구조조정을 위한 타법인 출자는 예외로 인정한다’고 공정거래법을 고쳐주기까지 했다.

두산은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면서 재계 8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주력 업종을 아예 중공업으로 바꿔 발전설비 기기를 제작하는 두산중공업(한국중공업)뿐만 아니라 발전설계회사인 한전기술, 유지·관리회사인 한전기공의 인수에까지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OB맥주 보유지분 45%를 네덜란드의 ‘홉스’라는 투자회사에 5600억 원에 팔아 핵심업종을 바꾸었다. 알짜배기 공기업 하나 헐값에 인수해 화려한 재기를 꿈꾸는 기업이 비단 두산뿐이겠는가.

한국전력
민영화 이후 요금 인상,
주민들 부담했던 공사비 어디로?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난 2000년, 부천, 안양 지역 전력과 난방 공급을 7천710억 원에 LG파워에 팔아 넘겼고, 매각 이익금은 7대3으로 나눠 가졌다. 이로써 LG그룹과 미국의 텍사코 사가 합작해 설립한 LG파워는 한국 발전산업 분야의 민영화 1호 사업체가 됐다.

LG파워는 2001년 1월 안양과 부천 지역 난방비를 9.13% 인상하더니 3개월이 지나자 58.6% 인상을 요구했다. 정부의 조정으로 23.5%로 낮춰졌다가 주민들의 반발로 겨우 유보됐다. 그러나 LG파워는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480억의 적자가 난다면서 계속 정부를 압박했고 결국 정부는 전력기반금을 지원하기에 이른다. 전력기반금이란 정부가 전력과 관계된 공익성 사업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매월 전기요금의 4.39%를 조성해 걷는 돈이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민간 기업, 외국계 기업이나 마찬가지인 LG파워의 적자를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애초에 안양과 부천 주민들은 민영화되기 이전인 지역난방공사 설립 당시, 총 공사비 1천8백억 원의 90%가 넘는 돈을 공사비 부담금이란 명목으로 부담했다. 공사는 10%를 부담했을 뿐이다. 그러나 공사는 LG파워에 팔면서 받은 돈을 자기들끼리만 나눠가졌고 주민들이 부담한 공사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건물 짓는 돈을 주민들이 내줬더니 주인은 그 건물 팔아서 날라 버리고, 주민들만 비싼 세를 내고 입주하는 격이 된 것이다.

대한중석
멀쩡한 우량 공기업,
졸지에 ‘알거지’ 된 사연

대한중석은 김대중 정부의 해외매각 1호 공기업이다. 또 공기업 민영화가 어떻게 멀쩡한 우량 공기업을 ‘알거지’로 만드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94년 김영삼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거평에 인수된 대한중석은 민영화 전에는 주식 한 주가 4만 원까지 올랐던 세계적인 흑자 우량 기업이다. 그러나 거평에 팔린 지 4년만인 98년, 4천3백억 원의 부채를 지고(주식은 단돈 200원짜리 휴지가 됐다) 부도를 맞았다. 대한중석의 부채는 순전히 거평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 등으로 인한 것이었다. 결국 흑자를 내는 기업이었음에도 대한중석은 이스라엘의 이스카 사에 헐값에 팔렸다. 이래도 민영화는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일까.

한국통신
‘알짜배기 통신산업 100% 개방해라’ 미국 압력에 외국인 소유 49%까지

98년 12월 17일자 주미한국대사관 대외비문서에서 미국은 ‘기간통신분야에 있어서도 외국인 자본 제한의 철폐가 필요하다’고 한국 측에 입장을 밝혔다. 99년 5월 1일자 문서에는 좀더 구체적으로 “기간통신업 : 50% 이상 개방, 당장 완전개방 불가능하면 음성전화재판매업 전면 개방되는 2001년에 100% 개방할 것”을 명시했다.

미국의 요구는 점차 현실화되어, 한국통신의 외국인 주식 소유 한도는 2000년에는 20%에 불과했다가 2001년 초에는 33%, 전기통신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49%로 높아졌다. 미국은 여전히 전면 개방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통신의 외국인 소유지분은 약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