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익/성균관대 정외과 대학원 박사과정
지난 4월 5일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등록이 마감됨으로써 민주당에 이어 한나라당도 4월 13일 인천을 출발로 하는 본격적인 경선체제에 돌입했다. 박근혜가 탈당함으로써 이회창 진영이 구상했던 경선구도에 차질을 빚는 듯 했지만, 3명이 가세함으로써 일단 구색은 갖춘 셈이 됐다.
이번 한나라당 경선의 최대 쟁점은 '이회창대세론'과 '대안론(이회창필패론)'의 대결구도에 있다. 최병렬과 이부영 모두 '대세론'의 허구성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느냐하는 것이 자신의 승리에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점을 공유하고 있다. 이회창 진영에서도 대세론의 수성여부가 경선 승리의 최대변수라고 보고 집안단속에 고심하는 눈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조보수를 자임하며 '필패론'과 자신이 '대안론'의 주체임을 확고히 하기 위해 '보수대연합'론을 무기로 등장한 최병렬의 등장은 지지기반이 겹치는 이회창에게 부담스러운 부분임에 틀림없다.
최병렬은 지난 97년 대선에서 이회창 진영의 중심에 있었고, 그후 4년 동안 당내 보수파의 핵심인 구민정계의 좌장역할을 맡았던 인물이었다는데서 이번 대선의 주요 변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단 '대세론'과 '필패론'의 샅바싸움은 각각 '보수대연합'의 주체임을 자처하고 나선 이회창 대 최병렬의 대결구도로 모아지고 있다.
'필패론'의 다른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이부영의 경선전략은 당내 개혁세력의 결집으로 통해 보수대연합의 논리와 대결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혁구도로 갈 경우 이것이 이부영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보-혁구도가 중심이 된다면 한국과 같이 이념지형이 협소한 조건에서 '색깔론'에 휘말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부영의 입장에서 그도 바라지 않는 부분일 것이다.
최근 이념논쟁에 대한 그의 입장표명에서 알 수 있듯이 좌우를 모두 비판하면서 '제3길'을 주장하는데서도 보-혁구도를 우회하려는 그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
이번 한나라당 경선구도의 중심축인 '보-보' 대립축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보-보'대립의 이면에서 '영남후보불가피론'으로 상징되는 지역주의의 완고한 논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회창 대세론이든 최병렬 대안론이든 그 논리의 핵심은 영남의 결속에 있고, 이를 기반으로 김종필로 상징되는 충청지역까지 아우르겠다는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지역주의공식에 충실한 논리인 것이다.
이미 최병렬이 원조보수는 자신이며 진정한 영남후보라는 공식화에 전력투구하고 있고, 양자 모두 자민련과의 연대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대목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부영과 최병렬의 공세에 대한 이회창의 대응은 이념공세로 얻어지는 반사이익과 '국민대통합론'으로 자신의 입지를 확대시킨다는 전략인 듯하다. 이회창의 좌파정권 발언은 당내부적으로 최병렬을 의식한 보수파 끌어안기와 외부적으로는 노무현 바람을 겨냥한 이중적 포석이다.
이번 한나라당 경선이 영남맹주의 위치를 확인하고 이러한 지역주의에 기반해서 보수대연합주체논쟁으로 진행된다면 일정상 4월 24일로 예정되어 있는 대구 경선이 일차적인 분기점이 될 것이다. 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의 승승장구가 광주에서의 선택에 힘입어 탄력을 받았다는 데서 대구 경선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한편 이번 경선과정에서의 쟁점이 '대세론'과 '대안론'의 대립을 통해 진행된다는 의미는 뒤집어보면 별 쟁점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앞에서도 거론했지만 핵심은 지역주의를 중심으로 한 보수대연합의 주체논쟁으로 내면화되고 있기 때문에 영남지역의 경선결과가 결국 대세를 판가름하는 구조에 때문이다.
여기에는 최병렬과 이부영의 경선 가세가 이후 당내 입지와 지분확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한나라당 경선이 민주당에 이어 국민경선제를 도입하여 정당민주주의의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치구조의 폐해로 누누이 강조되어 온 지역구조에 기반한 보수대연합-이는 단지 정치권의 연합이 아니라 재벌을 포함한 지배권력의 형성을 의미하는 것이다-을 그 지향점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제도권 정치의 한계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83호] 4.15 ~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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