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골라보기-일 포스티노]‘은유’의 힘

이지안 mulu@kdlpnews.org
바다와 詩와 자전거가 있는 풍경은 아름답다. 이탈리아의 작은 섬이 만드는 모든 소리에도 이내 마음은 닿는다. 시인이 된 우체부가 은유의 힘으로 찾아내 원래 시인에게 들려주고자 했던 모든 소리들. 파도소리, 절벽과 나뭇가지에 이는 바람소리, 아버지의 서글픈 그물, 신부가 치는 성당의 종소리,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그리고 아들 파블리토의 심장박동 소리까지.

2차대전 직후, 주인공 마리오는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길을 지나 정치적 폭압을 피해 망명한 칠레의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에게 편지를 배달한다. 네루다에게 하루 수십통씩, 낯선 곳들에서 날아오는 편지들의 발신인이 전부 여자라는 사실은 마리오로 하여금 네루다의 시집을 펼치게 만든 이유.

"이발소에서 담배를 피우며 피투성이 살인을 외친다." 당연히도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구절들이 눈에 박혀온 마리오.
드디어 그도 '은유'를 발견한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마리오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운율'도 발견한다. '멀미까지 느끼'면서. 그리고 묻는다. "이 세상은 다른 곳의 은유가 아닐까요?"

대체 은유의 힘이란 얼마나 강렬한 것일까. 은유를 갓 발견한 마리오에게 시와 사랑은 동시에 찾아온다. 베아트리체에게 첫눈에 반해 버린 마리오는 그 은유를 '갈고 닦으며', 한때 우표를 붙일 때나 쓰이던 그의 혀를 이제 '은유'를 말하는 데 쓰이게 한다. 결국 그의 '은유'는 베아트리체의 사랑을 얻었다.

그무렵 네루다는 고향으로 되돌아간다. 공산주의자인 네루다는 떠났지만, 이제 그 섬에는 또 다른 공산주의자인 마리오가 남았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마리오는 '민주당이 곳곳에서 승리하게 만드는 부조리한 법에 대해 투쟁'하기로 한다. 방법은 바로 은유이며, 詩였다.

시를 읽으러 나간 시위현장에서 마리오가 죽었다는 뉴스를 접할 때쯤 영화는 아쉽게도 끝을 맺지만, 한참 후에야 그를 찾은 네루다가 자신에게 남겨진 사랑을 묵직하게 응시하며 바닷가를 거니는 모습은 잔잔한 여운으로 오래도록 남는다.

한 사회주의자가 인간을 어떻게 변모시키는가로 읽어도 되지만, 그러나 역시 이 영화의 본질은 인간과 인간사이의 '관계'에 관한 가슴 절절한 통찰이다.

영국감독 마이클 레포드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소설에 기초해,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적확하고 정치한 유산만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만들어낸, 바다와 詩와 자전거, 그리고 인간에 관한 따스한 시선. <일 포스티노>는 그런 영화다.
[83호] 4.15 ~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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