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과 한미투자협정

이은희 (진보네트워크 활동가)

한미투자협정은 1998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투자협정 체결 원칙에 합의하여 제안된 이래, 3차례의 실무협상 및 수 차례의 비공식 실무협의가 개최된 바 있다. 하지만 2002년 3월 현재에는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 의약품 시장개방, GMO 규제 완화 등 한미 양국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미국측이 최근 협상 중단을 통보해 왔고, 정부에서도 협상을 내년도로 미루었다. 하지만 미국은 개별 통산현안 각각에 대해 직접 쌍무교섭을 벌이겠다는 뜻을 밝혀 한미투자협정과 관련한 문제점들은 언제라도 다시 드러날 수 있는 상태이다.

한미투자협정은 처음 제안되었을 때부터 스크린쿼터 문제를 시작으로 그 추진 과정의 졸속성, 협정이 투자자를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으로 보호하여 초국적자본의 이윤만을 보장하고 경제주권을 위협한다는 점, 또한 협정 체결의 실익을 따져보아도 남한은 이미 외국인 투자가 충분히 자유화되어 있어 협정을 맺는다고 외국인투자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또한 한미투자협정에는 지적재산권 소급보호 문제가 걸려있다. 미국은 처음부터 지적소유권 소급보호 협상을 한미투자협정 협상과 병행하자고 주장해 왔으며, 지적재산권 소급을 한국에 지재권 관련법이 생기기 이전인 1953년부터 적용해달라고 요구했다(국내 저작권법은 57년 제정). 미국은 94년에 양자간 투자협정의 표준안을 만들었는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한미투자협정안도 이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미국의 양자간 투자협정의 표준안에서는 지적재산권 부분에 대해 '제1항의 의무는 세계 지적재산권기구의 감독 하에 체결된 다자간 조약에 규정된 지적재산권의 취득 및 보존에 관한 절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라고 밝히고 있다.
이 조항은 지적재산권에 대해서는 보호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가장 경쟁력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투자협정에 의해 보호를 받지 않고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수준의 최고도의 보호를 받겠다는 것이다.

지적재산권은 개인에게 일시적으로 정보재의 배타적 소유권을 인정해 주는 것으로 사회의 지적 자산을 늘리기 위한 법적 장치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적재산권은 크게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고, 이러한 추세는 정보의 이용자와 사회의 공공영역은 고려하지 않고 권리자의 소유권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지적재산권의 강화는 그동안 사회의 공공 자산으로 인정되어 왔던 정보마저도 지적재산이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하며, 이렇게 상품의 확장으로 자본주의의 논리는 물질뿐 아니라 정보에도 관철된다. 더구나 지적재산권을 국가간의 문제로 확장해서 생각한다면, 후진국이 선진국의 특허를 이용하지 않고 산업화할 수 있는 길은 없기 때문에 국가간 지적재산권의 강화는 (아마도 영구한) 기술종속의 문제를 초래하는 것이다. 미국은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각종 국제 협약을 강제하여 국제적으로 지적재산권 관련한 제도를 통일하고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것은 물론 미국이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지니고 있는 독점을 유지하고 배타적인 이윤을 확보하려는 목적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이와 같은 독점과 이윤을 투자협정을 통해 한국에 강요하려고 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국제적인 지적재산권 기본 협약이라고 할 수 있는 베른 혐약에 96년에 가입하여 57년 이후의 해외 저작물에 대해서 저작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것을 한미투자협정을 통해 53년으로 소급하여 적용하라는 미국의 요구에는 5년간의 저작권에 대해 이윤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려는, 지적재산권의 완전한 관철을 통해 미국의 자본주의적 구도를 남한을 포함하여 전지구적으로 확장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담겨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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