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된 것도 될 수 있는 것


몇 년 전 마사회 해고자들이 사무실을 방문하여 자신의 해고가 억울하다며 눈물로 하소연한 기억이 난다. 당시 해고사유가 경영상의 어려움이라는 주장이기에 해고자들은 더욱 억울함과 배신감을 맛보아야 했다. 젊은 나이에 마사회에 입사하여 50이 넘도록 청춘을 바쳐 일해왔건만 결과는 정리해고란 네글자가 이들의 인생에 종지부를 찍게 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마사회가 제시한 정리해고 대상자 선별은 생계유지 가능정도, 장기근속자 등으로 아주 공정하고 합리적인 대상자를 선별하였기 때문에 지극히 당연하고 합법적인 절차와 방법이었다고 주장을 하였고, 지방노동위원회 및 법원 역시 마사회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후 몇 년이 지난 며칠 전 마사회의 정리해고는 경영상의 어려움이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의도에서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살생부 명단이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귀신은 자신이 걸어간 족적을 남기지 않지만 인간은 자신의 족적을 남긴다는 생각이 든다. 즉 마사회의 정리해고는 귀신이 아니라 인간이 하였기 때문에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후 김대중 대통령은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발전노조 파업에 대해서는 법을 지키지 않고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사회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럼 김대중 대통령은 마사회의 정리해고 과정 및 이러한 언론 보도를 보고 어떠한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 당시 마사회 정리해고자들이 노동단체와 연대하여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파업이라도 하였다면 발전노조에 대한 입장과 같이 마사회의 구조조정이야말로 시장경제의 원칙이고 이를 부정하는 해고자들의 요구는 시장경제논리를 어지럽히는 부당한 요구이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은 안 된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을 것이다.

이제 "안 되는 것은 안 된다"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비전보다는 과거 "안 된다"고 생각하고 실천했던 정책들이 현재 어떠한 오류를 범하고 있지 않은지를 겸허히 점검하고 수정할 때 노동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진정한 미래의 비전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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