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이적규정, 이젠 그만!


지난 97년 김영삼 정권 당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이 이적단체로 규정된 뒤 대의원 구속 등 한총련에 대한 탄압과 이적성 논란이 강하게 제기되어 온 가운데 오는 5월 10기 한총련 출범을 앞두고 이적단체 논란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제9기 한총련은 '연방제 통일' 부분을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바꾼 데 이어 이번에는 '미제반대' 등 반미 강령도 수정·완화할 계획으로 알려져 공안당국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한총련은 합법화를 추진하면서 강령을 일부 개정했으나 검찰은 '여전히 반미나 국가보안법 등 북한 주장을 추종하고 있다'며 기존입장을 고수해 왔다. 또 법원도 '9기 한총련이 일부 강령을 바꿨지만 조직의 체계나 활동내용 등이 변화하지 않았으므로 여전히 이적단체로 볼 수밖에 없다'며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내리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일 오후 5시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10기 한총련과 `한총련 합법적 활동보장을 위한 범사회인 대책위` 주최로 한총련 강령개정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한총련 윤경희 대변인은 "한총련이 더욱더 국민들에게 다가서고 각계 어른들의 고언을 듣기 위해 공개적인 공청회를 마련했다"며 공청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 "대중적인 언어와 구체적인 내용을 조항마다 명시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강령개정의 기준을 설명하고, "여성, 인권, 환경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것을 반영해 새로이 강령에 첨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니 많은 의견을 주셨으면 한다"며 기본입장을 밝혔다.

이어 김승교 민변 변호사, 송영길 민주당 국회의원,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정명수 전대협 동우회 회장, 정지환 월간`말` 기자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이들 토론자들은 모두 "한총련이 강령 및 규약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변화의 의도가 담긴 큰 결심"이라고 격려한 뒤 "한총련 이적규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공안당국의 낡은 사고와 편협한 발상"이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를 강하게 촉구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현역 국회의원인 송영길 의원이 참여해서 "김대중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한총련이 보다 전향적이고 국민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통해 합법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총련은 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각층의 의견수렴과 단위 학생회들의 토론결과를 폭넓게 반영해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영남대에서 개최되는 대의원 대회를 통해 강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한총련 소속 관계자는 "6.15 공동선언과 이번 특사방문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시점에서 한총련의 이적규정 철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가한 박우석씨(경기지역 통일운동가)는 "한총련이 상당히 변화하는 것 같아 흐뭇하다."면서 "한총련 합법화운동이 서울뿐 아니라 경기지역에서 공론화되어 확산되었으면 한다"며 합법화운동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밝혔다. 또 박 선생은 "이는 단순히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인권을 가늠하는 문제"라며 시민사회의 관심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각계인사 600여명이 참여한 `한총련 합법적 활동보장을 위한 범사회인 대책위원회'(상임대표 강만길 등 7명)는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대책위원회 발족식을 갖고 '정부는 한총련에 대한 탄압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대책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한총련 이적규정 전면철회 △한총련 대의원들에 대한 수배해제 및 관련자 석방 △올해 결성되는 10기 한총련의 합법적 활동보장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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