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눈] 위험한 학교길
지난 29일 수원지방법원은 수백 명의 주민들로 때아닌 북새통을 이루었다. 철도청이 화성시 병점에 있는 우남 한일 아파트 주변에 철도기지창을 건설하면서 주민 1048명을 상대로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자 주민들이 소환을 받고 법정에 출두한 것이다.
현재 철도청은 병점역 주변에 철도기지창을 건설하는 국책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철도청은 공사를 하면서 어린 학생들이 이용하던 학교 길은 없애고 경사지고 비좁은 임시도로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도로는 기지창 진입철로를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서 1번 국도와 안산시화·반월공단을 잇는 길이며 한 낮에도 대형 화물차, 컨테이너 차량, 레미콘 차량들이 질주한다. 사람의 통행을 위하여 설치된 도로가 아닌 까닭에 교통안전시설이 전무한 상태이다. 그 때문에 어린 학생들은 물론 어른들조차도 언제 사고를 당할지 모르는 위험한 도로이다.
이에 주민들은 자녀들의 안전한 통학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공사계획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며 공사현장에서 한 달 넘게 집회를 벌였다. 철도청이 최소한 안전한 통학로라도 먼저 마련해 달라는 요구조차 묵살하자 지난달 6일과 7일에는 자녀들의 등교거부까지 감행한 것이다.
철도기지창의 건설이 국가적으로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데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필요한 시설이고 국책사업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사람'보다 우선할 수 없다. 이 공사가 학생들로 하여금 대형사고의 위험 속에서 학교를 다니도록 방치하는 것이라면 이는 분명 아이들의 안전하게 통학할 권리, 즉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이곳 아파트 주민들에게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10조)고 공언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도 '사람의 생명은 전 지구보다도 소중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생명의 소중함은 사람의 생존터전이 올바르게 지켜질 때 보장된다.
과연 우리는 오늘도 대형차량과 숨바꼭질하면서 위험천만한 공사 현장을 가로질러 다니는 어린아이들에 대해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자녀들을 보면서 가슴을 졸이고 있는 주민들에 대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야생동물의 안전한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생태다리까지 만들어주는 이 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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