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제는 총파업사상을 말할 때이다(4)
그렇다 [총파업부대]의 모든 대원은 오른 손 팔목에 붉은 손수건을 매자
누님. 이제는 총파업을 조직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결정했거든요. 멀리서 누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즉각 총파업을 '실천'하자는 누님의 주장에 가슴이 뜨겁습니다. 3.25일 아침 하얀 목련이 공장 담벼락 넘어 동문으로 향하는 길가로 나와 있더군요. 목련 밑을 지나 출근 투쟁에 뿌릴 유인물을 집어들며 문득 발전 파업이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는 자각에 스스로 놀라 몸서리를 치기도 했습니다.
어찌하여 한 달이 넘도록 질긴 투쟁을 할 수 있는가. 조합원 대중이 참여하는 대중파업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지경입니다. 명동에서 굳건히 지키고 있는 발전 위원장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분의 뚝심이 대단한 듯 합니다.
우리 위원장 같으면 난다긴다하는 민주노총, 연맹 간부들이나 다양한 성향의 실무자라는 활동가들의 등쌀에 이리 저리 휘둘리며 교섭에 목메달고 부들부들 떨었을 겁니다. 그저께 민주노총 임시대의원 대회에 참석했던 형님들과 모여 술 한 잔 했습니다. 오래간만에 신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4월2일 총파업 결정' 신속하고도 진지한 결정을 하는 뜨거운 분위기였다고 하더군요. 난 노동자의 힘 기관지 3호에 실린 누님 글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자 서울에 갔다온 한 형님이 누님 글 몇 구절을 술자리에서 소리쳐 읽어댔습니다.
"그의 위치가 어디든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든 그 동안 노동운동의 투쟁원칙을 지켜왔다고 생각하는 모든 노동운동가들은 즉각 모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 투쟁의 선두에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분열해 있던 동지들이 있다면 이들 모두는 '총파업 투쟁 조직화'를 절실히 동의하고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민주노총 총파업투쟁전선을 중심으로 과감한 연대를 해야 할 것이다. 총파업 부대를 같이 조직해야 할 것이다."
그 순간 친구 영철이 하고 눈이 마주쳤습니다. 녀석하곤 재작년 파업투쟁 이후 줄 곳 따로 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번 위원장 선거이후 겨우 인사나 해왔던 승현이 형님과도 어색하게 서로 웃었습니다. 우리는 건배를 했습니다. 잔업거부, 지역집회 전원참가를 힘차게 외치며.
누님. 술자리에서 돌아오던 그 날 목련꽃잎 떨어진 밤길을 거닐며 고독한 검객 미야모도 무사시가 떠올랐습니다. 옛날 어렸을 때 누님과 함께 봤던 이현세 만화 '생과 사'의 주인공 검객 '까치'도 떠올랐습니다. 하나같이 혼자이고 고독한 검객이지요. '검의 사상'에 자신의 전부를 걸고 오로지 적을 향한 분노로 뭉치고 그 속에서 평안과 고요마저도 갖춰버린 '개인'. 난 이들의 분노와 고요가 좋습니다. 누님을 처음 만났던 89년 상경투쟁을 떠올렸습니다. 1백여 일이 넘었던 긴 투쟁에 철없이 재미 붙여 있던 내게 누님의 모습과 분위기는 꼭 그 검객 같았습니다. 검은 생머리, 조용한 말투하며. 그때 정세교육 끝머리에 누님이 말했죠. 정말 노동운동을 하려면 오로지 생각할 것은 두 가지뿐이다. '어떠한 사상이냐, 무엇을 실천할 것인가.' 아 누님 그때 그 긴장! 속으로 불탔던 분노, 그때의 처절했던 생활이 그립습니다. 이젠 총파업투쟁으로 미쳐버리고 싶습니다.
현관문 열어주는 애들 엄마를 뒤로하며 나도 모르게 외쳤습니다. '그래 오로지 총파업사상으로 총파업만을 실천해야겠어.' 등뒤에서 애들 엄마가 말하더군요. '민주노총 총파업 결정한 거 나도 알아 오늘 뉴스 봤어.'
누님. 내일부터는 오른손 팔뚝에 붉은 수건을 매고 일할 것입니다. 집회나 가두에 나가서는 손목에다 맬 것입니다. 누님 말대로 총파업부대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영철이 하고도 다시 얘기하고, 승현이 형님하고도 다시 토론할 것입니다. 정세를 논하고 우리 사업장 꼼짝 않고 있는 조합원들에 대해, 알딸딸하게 민주노조 흉내내고 연맹 방침에 폼만 잡고 있는 집행부에 대해서도 끝까지 붙들고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아니 오로지 '총파업 부대'를 만들어 함께 협력하고 고민하고 진짜 파업을 정말 만들어야겠습니다. 정말이지 총파업파가 될 것입니다. 우리 동양공전 동창놈들에게도 편지할 것입니다. 철도에 있거든요. 아마 조합비 가압류 풀고, 현장탄압 막아낼려면 발전이 안끝났을 때 같이 제 2차 연대 파업을 해야 될 게 분명 하거든요. 총파업 부대여. 팔뚝에 붉은 수건 매고 일하자, 가두에서는 손목에 붉은 수건을 매자. 그리하여 서로서로 알아보자. 만나자, 뭉치자. 항상 총파업을 고민하고 조직하고 오로지 실천하는 부대원이 되자. 총파업 부대원으로 만나자라고.
이렇게 누님에게 편지 띄우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번 글에서 누님 쓰신 대로 '총파업 부대'를 조직해 주십시오. 전국적으로, 모든 연맹, 모든 단위사업장에 그리고 그 부대원으로 누님과 다시 만나고 싶어서입니다. 출근투쟁에서 나눠주는 유인물을 멀쓱한 표정으로 눈 마주치지 않고 받아 챙겨 총총히 들어가는 지금은 활동 안하고 있는 선배의 뒷모습도 다시 사랑하고 싶습니다. 나보러 걸핏하면 '정치적 입장'이 뭐냐고 따지듯 묻고는 비정규직 노동운동이 중요하다고 맑은 눈으로 노래를 부르는 몇 달전 서울서 내려온 젊은 여성동지에게도 이제는 답할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실천하고 무슨 입장인가를. 누님. 이번 노동절에 올라가면 '총파업 사상을 말하자'는 김강 형님도 소개시켜 주십시오.
멀리 바닷바람 드센 조선소에서 총파업부대의 고독한 검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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