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통한 여성주의 확산, 초심으로 돌아가라

무슨무슨 장관, 교수, 소설가, 유명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주최측은 모시고, 일반 관람객들은 안중에도 없고… 저는 마치 유명정치인들 조찬기도회에 멋모르고 갔다가 문전박대 당한 종년꼴이었습니다. (중략) 남자들의 꼴사나운 권력 부나비 모임도 아니고, 소수자를 위한 영화제라 들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네 돌 맞은 여성영화제, 다시 초심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여성영화, 권력의 단맛을 보다 / 아이디: 문전박대 당한 이


서울여성영화제 홈페이지 게시판에 오른 글이다. 4회 째를 맞고 있는 서울여성영화제에 대한 우려 중 하나는 회를 거듭하면서 영화제가 초심을 잃고 권력화, 관료화되어 가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지난 4일(목) 열린 개막식에는 이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성영화제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 왔습니다. 이럴 땐 박수를 쳐야 합니다." 남궁진 문화관광부 장관의 축사를 시작으로 열린 이 날 개막식은 한명숙 여성부 장관의 발언을 비롯해 각계 유명인사들을 소개하는 데만 1시간여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초대권을 들고 온 일반관람객이 좌석을 구하지 못해 발길을 돌렸던 씁쓸함을 뒤로 하고 동숭홀 앞마당에 설치된 RUN-TV로 개막식을 보려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10분에 한 번 꼴로 엠프가 꺼져 개막식 중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도 안타까웠다.

97년을 시작으로 격년제로 열리던 서울여성영화제가 올해부터 매년 열리게 되면서 영화제의 양적 성장은 이루어졌다. 박찬옥 감독 등 서울여성영화제가 배출한 여성영화인도 그 입지를 굳히고 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 여성부, 서울특별시, 한국방송공사가 후원하고 여성문화예술기획에서 주최하는 영화제가 어떤 색깔을 띠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사회적 발언용 행사는 현상유지 차원으로 하더라도 그들 자신을 위한 일, 그들 자신이 즐거운 일을 하는데 머리를 짜고 에너지를 써 즐겁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여문으로 마구마구 몰려들었으면 좋겠다"는 문화일보 류숙렬 생활건강부장의 일침이다. 이에 대해 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회 김태선 홍보팀장은 "개막식은 도움을 준 사람들을 위한 배려일 뿐"이라며, "여성영화제라는 것만으로 성격은 분명하다. 여성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여성영화인들을 배출한 것이 영화제의 의의"라고 밝혔다.

서울여성영화제에 대한 우려들은 여성영화제에 거는 기대에서 비롯한다. 아시아 지역의 국제여성영화 네트워크의 구심이 되겠다는 서울여성영화제의 포부만큼이나 영상매체운동을 통한 여성주의 시각을 확산하겠다는 여성영화제의 초심이 실현되기를 꿈꿔본다.

대학생신문 김조영혜 기자 kimjoeda@e-uni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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