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다방] 김일성은 가짜다?
"우리는 해방과 자유를 위하여 싸운 소련군정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36년 간 우리를 탄압하던 일본제국주의는 소련군의 영웅적 투쟁으로 멸망하였다. 우리 민족은 36년 간의 질곡 생활에서 광명을 만나 해방과 자유를 얻고 또 3천리 강산은 찬연한 아침 태양같이 희망에 빛나게 되었다. 조선 민중은 이제로부터 새 민주조선 건설에 힘을 합하여 나가야 하겠다. 어떤 당파나 개인만으로 이 위대한 사명을 완수할 수는 없는 것이다. 돈 있는 자는 돈으로 지식 있는 자는 지식으로 노력을 가진 자는 노력으로 참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민주를 사랑하는 전 민족이 완전히 대동단결하여 민주주의 자주독립 국가를 건설하자."
-『북한연구자료집』
위 글은 김일성이 1945년 10월 14일 '김일성 장군 환영 평양시민대회'에서 연설했던 내용 요지입니다. 이 대회가 바로 김일성이 처음으로 군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1912년 생이었던 김일성은 해방되던 해 불과 33세였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가짜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한 증언에 의하면 "위대한 항일투쟁의 노장군 대신 앳된 얼굴의 김일성이 등단하자 군중 속에서 '가짜다'라는 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연설장은 뒤숭숭한 분위기로 변하더군요. 가짜 김일성 소동이 일자 소련군 병사가 총을 쏘아 총소리까지 울려 퍼졌으며 사람이 다치기까지 했습니다" (『비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 때 김일성이 입고 간 양복도 빌려 입은 옷이고, 넥타이 매는 방법을 몰라 소련군 장교가 대신 매어주었다고 합니다. 항일무장 투쟁하던 사람이 넥타이 맬 줄 모르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김일성의 연설 내용 중 "돈 있는 자는 돈으로, 지식 있는 자는 지식으로"라는 말은 정말 인상적입니다. 조선의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조국을 건설하자는 주장은 식민지에서 해방된 조선인에게 매우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조선 민족 모두가 새나라 건설에 참여하자는 이 구호는 현실에서 실천되지 못했습니다.
1945년 신탁통치 파동에서 반탁의 입장을 강력하게 지지했던 조만식을 비롯한 민족주의자들은 북한에서 모두 제거되고 말았습니다. 해방정국의 급박한 좌우대결은 친일파가 아닌 양심적 민족주의자들조차 설 자리가 없었습니다. 김일성의 의도와는 달리 민족주의자들이 1945년 말에 북한에서 배제되었다는 사실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 / 역사학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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