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으로 몰려드는 이주노동자
최근 청년층의 건설현장 회피추세로 시나브로 늘어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전체 건설일용노동자의 10% 수준인 16만5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이들 대부분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임금체불, 폭행 등의 인권침해를 당하는가 하면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산업재해 발생 및 시공 오류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심규범 부연구위원은 지난달 「건설산업동향」지에 발표한 '건설현장의 외국인근로자 활용 실태 및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이주노동자 정책 전반에 대한 대안제시가 미흡해 아쉬움은 있지만,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처음으로 건설현장 이주노동자 규모와 실태를 파악하고 노동계가 제기해 온 이주노동자 활용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주노동자 4명 중 1명, 건설현장 취업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 1월 현재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대략 11만~16만5천명이다. 이 가운데 대한건설협회 추천으로 건설현장에 투입된 합법적 산업연수생은 1,003명에 불과하고 불법체류자(약 7만3천~8만5천명)와 밀입국자(약 3만7천~8만명)가 대다수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49만여명 중 38.4%인 19만여명이 불법체류자이고, 이 가운데 건설현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남자(12만1천여명)의 60~70%가 건설현장에 취업했을 것으로 예상할 경우 건설현장 불법체류자의 규모는 이 같이 추정된다. 또한 수도권 일대 건설현장노동자가 55만여명이고, 현장마다 평균 20~30% 가량의 이주노동자가 있다고 볼 때 수도권 일대 건설현장의 이주노동자는 11만~16만5천명으로 추정되고, 여기에서 불법체류자를 빼면 밀입국자는 3만7천~8만명으로 추정된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규모는 전체 건설업 취업자(약 169만명)의 10%,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약 23% 수준이다. 이는 이주노동자 4명 중 1명이 건설현장에 취업해 있다는 것으로, 이주노동자 관련 보호정책 마련에서 건설업계 역할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활용, 인건비 절감보다는 인력난 해소 차원
이처럼 건설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많이 활용하는 이유에 대해 심 위원은 "인건비 절감 차원도 있지만 건설노동시장이 고령화되고 인력난에 허덕이니까 이를 극복하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96년 11월, 41.1세이던 건설기능인력의 평균 연령이 2001년 9월 현재 47.6세에 달해 5년 동안 6.5세가 증가했다. 또한 3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12월 41.2%에서 2001년 9월 37.0%로, 4%p 낮아졌다. 이처럼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2000년 10월에 8만300원이던 평균 일당이 2001년 9월에는 8만6,323원으로 7.5%p 늘어났다.
노동력 부족현상이 심화되자 작업팀 구성에서도 비숙련공의 비중이 높아졌다. 외환위기 이전 철근공 작업팀의 '기능공 : 준기공 : 조공' 구성비는 '4 : 4 : 2' 였는데 최근 '2 : 2 : 6'으로 바뀌었고, 그만큼 숙련수준이 낮아져 품질과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건설노동시장의 이 같은 구조 때문에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주노동자의 유입이 절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유입된 이주노동자, 즉 대다수 불법체류자들의 평균 연령은 37~38세로 젊지만 기능수준이 낮아 조공이나 일반공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임금은 2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노동자 임금의 60%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별 차이가 없고 한달 평균 22~23일 일을 하면서 월 140~160만원을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어려워 산재 발생이나 부실시공 등의 위험을 안고 있으며, 불법체류자의 경우 산재나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 부작용으로 꼽힌다. 또한 불법체류자 단속 소문이 돌 때에 대부분 잠적을 해 버려 그 일대 건설현장은 갑작스런 공사중단 사태를 빚어야 한다.
이와 함께 불법체류자들이 공식적인 통제 없이 건설현장에 배치되므로 내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가능성도 있고, 1천만원에 달하는 입국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장시간 근로를 감수하고 있기 때문에 내국인들의 근로조건을 저하시킬 가능성도 있다.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상 약점을 빌미로 한 임금체불, 폭행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건설노동시장 노동력 부족, 근본 대책 필요
이 같은 규모와 실태를 연구한 심규범 부연구위원은 "외국인근로자 도입을 고민하는 근본 이유가 국내 건설노동력 풀의 고령화 및 고갈에 있으므로 청년층의 건설현장 진입을 촉진하고 숙련공으로 양성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심 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산업연수생 건설현장 배치 요건을 완화해 활용 현장 및 할당량 규모를 확대하고 산업연수생 임금을 높여 불법체류의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건설현장의 노동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외국인근로자 취업알선체계를 운영하되 내국인 우선 원칙이나 내국인과 동등 대우 원칙을 명백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연수' 목적이 아닌 '근로' 목적으로 비자를 발급하거나 '근로자'로서의 신분을 부여해 내국인과 동일하게 노동관련법과 사회보장제도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중간착취를 배제하기 위해 이주노동자 취업알선을 민간 송출기관이 아닌 공공직업안정기관에 맡기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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