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조운동의 총체적 위기,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발전노조의 영웅적인 38일 파업을 비참하게 종결시키고 민주노총 지도부의 총사퇴를 몰고 온 4·2 잠정합의는 그동안 내재해 있던 민주노조운동의 총체적 위기를 여지없이 현실로 드러냈다. 그런데 비단 4·2 잠정합의와 관련된 사태만이 아니다. 어느덧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말하는 것이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정도로 최근에 이르러 사건은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이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더 이상 숨길 수도 없고, 숨기려고 해서도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그 원인을 진단하여 극복의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자세다. 민주노조운동이 총체적 위기에 빠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지 않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민주노조운동이 근거해야 할 노동자 대중의 현실과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응하지 못하는 원인이 능력의 부족으로부터 오는 측면보다도 자세의 결여로부터 오는 측면이 훨씬 강하다는 점에 위기의 본질이 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지난 몇 년 동안 노동자 대중의 삶은 극도로 불안하고 피폐해져 있다.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항상적인 고용불안 위협 앞에 떨고 있고,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늘어 절반을 훨씬 넘어섰다. 자동차 산업이나 조선 산업과 같이 일시적인 호황으로 임금 수준이 다소 호전된 경우도 없지 않지만, 이 또한 현장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하청 노동자의 비율이 급속히 증가하는 속에 잠재적인 고용불안 위협이 상존하는 실정이다.

지금 이 땅에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큰 불안감 없이 맘 편히 지낼 수 있는 노동자는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공세는 전혀 강도가 줄지 않은 채 아니 더 강력한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그 공세의 근원에는 초국적 자본의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공세와 미국의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군사적 패권전략이 놓여 있다.

세상이 암울하고 삶이 버거운 만큼, 노동자 대중의 요구는 간명하고 강력하다. 노동자 대중은 세상이 바뀌기를 강력하게 원한다. 삶의 희망을 되찾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갖고 있다. 최근 한국정치를 뒤흔들고 있는 이른바 노무현 돌풍도 이와 무관치 않다. 노풍이 결국엔 또다른 사이비 대안일 뿐임을 머지않아 깨닫겠지만 말이다.
지금 노동자 대중은 조직이 무너져 있고 투쟁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숨죽여 자기 앞길만 쳐다보고 있지만, 투쟁에 직접 나서는 상황에서는 과거 어느 때도 볼 수 없었던 강력한 모습으로 임하고 있다. 이점을 빼고 유례없이 엄청나고 강력한 투쟁을 보여준 한국통신계약직 투쟁, 효성노조 투쟁, 발전노조 투쟁은 설명될 수 없다.

그런데 민주노조운동은 노동자 대중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 대중은 단위노조의 임단투를 중심으로 전개했던 과거의 운동방식을 뛰어넘기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뭔가 세상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설픈 타협도 원하지 않는다. 비타협적인 투쟁만이 현실을 조금이나마 바꿔 나갈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해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나아가 지역과 전국의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강력한 계급적 연대를 바탕으로 현실에 근본적으로 도전하는 운동을 대중은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관료적이고 타협적인 관성을 벗어던진 전투적인 민주노조운동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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