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노동자와 함께 호흡하고 투쟁하는 참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갈망하며


지금 울산은 4월 17~19일 민주노총 총투표와 18·19일 민주노동당 총회를 앞두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예비 경선의 성격인 이 합동총회를 거쳐 선출된 후보가 6·13 지자체 선거에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대표하여 선거를 치르게 된다.
그런데 합동총회를 앞두고서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투쟁 속에서 신뢰를 넓혀내지 못한 민주노동당

지난해 민주노동당은 사실 노동자·민중과 함께 투쟁하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우자동차 정리해고와 정리해고자들에 대한 김대중 정권의 가공할 폭력만행은 전국의 노동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민주노총이 김대중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설 정도의 상황이었음에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는 온갖 이유를 들어 김대중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서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외면하고야 말았다.

울산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효성·태광·고합 화섬 3사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맞선 투쟁으로 뜨거웠던 지난해 울산의 총력투쟁은 7·5 총파업 무산으로 결국 쓰라린 패배를 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

화섬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왔다 갔다 하는 중요한 시기에 지자체 선거 준비에 쏟는 관심 이상으로 투쟁을 조직했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노동자가 정치권력의 주인이 되기 위해 민주노총의 결의로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민주노동당이다. 설령 노동조합의 총 연합체인 민주노총이 주저하더라도 정치조직인 민주노동당이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선두에 서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기반이자 뿌리내려야 할 노동자들과 점점 멀어져 왔다.

점점 더 심화되는 민주노동당의 위기

2000년 4·13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출마한 선거구에서 평균 13% 정도의 지지를 받은 것과 비교해 볼 때 지난해 구로와 동대문 보궐선거에서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이 합쳐 5% 내외의 득표를 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보궐선거 이후 사회당, 노동자의 힘 등 진보진영과의 통합 논의도 반짝 진행하는 듯하다 잠잠하다. 진보진영의 대통합을 이룰 의사가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민주당 예비 경선 과정에서 몰아치는 노무현 돌풍에도 민주노동당은 속수무책이다. 민주노동당은 0.6%, 사회당은 0.4%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9일자 문화일보 여론조사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 수치가 현장 노동자들로부터 피부로 느껴지는 ‘체감 지지도’와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울산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지지가 가장 강력한 지역인데도 말이다. 민주노동당이 심각한 위기 앞에 서 있음을 절감한다.
그런데 지자체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 전반에서, 특히 이번 합동총회를 준비하고 치러나가는 과정 속에서 민주노동당의 ‘위기’는 전혀 극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하게 말해 보자면, 연초에 중앙당에서 잠깐 등장했다 고개 숙인 ‘노무현 탈당 연대론’이 언제 ‘신비판적 지지론’으로 둔갑하여 현실적인 대안 운운하며 노무현 지지로 다시 나타날지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떨쳐 버릴 수 없다. 나의 ‘기우’라면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가

그러나 지금 울산에서 전개되는 일련의 과정은 ‘기우’를 떨쳐버릴 수 없게 한다.
민주노동당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과 지향마저 실종된 채 당선을 중심에 두고 지나온 과정, 이제 상황논리를 내세우며 당헌·당규조차 쉽게 내던지고 준비되는 당원 총회. 합동총회를 치르면서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은 더욱 상실되고 있다. 노동자 스스로의 힘으로 정치권력의 주인이 되겠다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본 정신을 민주노동당 중앙과 울산의 지도부가 각인하고 있었다면 상황이 결코 이렇게 흘러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존립근거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가장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지점에서부터 바로세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멀리 87년부터 씨를 뿌린 진보정당 운동의 성과를 이어나가고, 현장 노동자들의 열성어린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참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정말 지금의 모습들이 바람직한 것인지 깊이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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