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사회보험노조 인천남동지부장
전국사회보험노조 조합원으로서 나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지난 10년의 투쟁 속에서 노동조합의 방향을 제시해왔던 '의보통합'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결과는 무차별적 인원감축과 노조파괴공작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고통으로 다가왔다. 통합은 또한 조세개혁을 통한 공평한 보험료 부과와 급여확대라는 민중건강권확보와는 전혀 관계없이 비용절감을 위한 형식적 통합으로 끝나고 말았다.
뒤이은 지난해의 건강보험 재정파탄 사태는 건강보험이야말로 가장 치열한 계급투쟁의 격전지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의사들과 의료자본은 절대 우월한 그들의 지위와 힘을 이용하여 모든 재정부담을 민중에게 떠넘기는데 성공했다. 민중은 이에 분노했지만 보험료인상, 본인부담금인상 등 정부의 기만적 조치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국가는 이제 민중에게 '너희들의 건강은 너희 스스로 지켜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한다. 민중의 건강을 책임질 생각이 없으니 아예 의료부문을 시장논리에 맡겨버리자면서 그나마 유지돼온 의료의 공공성을 공공연히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동자로서, 국민의 건강이 이렇듯 심각하게, 그리고 본질적인 수준에서 위협받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깨닫게 된 때에 '사회보장학교'를 만나게 되었다. 나아가 의료보험에 대한 민중적 대안을 기초로 '준비된 투쟁'을 하지 않으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부를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시점에 와서야 사회보장학교는 문을 열었다. 물론 의료보험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사회보장학교에서 다룬 국민연금(특수직 연금포함)과 조세제도 역시 노동자들이 적극 개입하고 투쟁하지 않는 사이에 철저히 반민중적이고 친자본적인 개악의 과정을 밟고 있다.
처음 열리는 사회보장 관련 교육이고, 건강보험·연금·조세제도 등 조금은 생소하고 머리 아픈 주제를 다뤘지만 강사들도 놀랄 만큼 진지하고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질문이 끊이지 않는 바람에 다음 강의에 차질을 빚을 정도였으니 노조활동가들 아니 우리 운동이 사회보장 문제에 대해 얼마나 목말라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교육효과 면에서도 일부 강의내용에 다소 문제가 있긴 했지만 수강생들에게 사회보장투쟁에 관한 마인드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다만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앞서 얘기했듯 준비된 투쟁 없이는 끔찍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하는 시점에서야 사회보장학교가 열렸다는 것은 이제 우리 운동이 갈림길에 서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사회보장 영역이야말로 가장 격렬한 계급투쟁의 전쟁터임을 모두가 인정하도록 만드는 것이 1기 학교의 임무였다면, 2, 3기의 구실은 사회보장투쟁을 현실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의 투쟁영역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복지파괴, 사회보장영역 시장화에 맞선 전민중의 투쟁을 모아내는 중요한 임무가 사회보장학교에 떨어져 있다. 준비한 총연맹 담당자의 염원처럼 사회보장학교가 200, 300기로 전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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