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참세상방송국, 새롭게 출발하다

요즘 인터넷의 위력은 참으로 놀랍다. 지난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종목에 출전한 김동성 선수가 미국선수 오노의 '기만적 연기'로 다 따놓은 금메달을 놓치게 되었을 때 국내 네티즌들이 드러낸 분노와 그것이 보인 힘이 단적인 예일 것이다. 당시 한국 네티즌들은 벌떼처럼 일어나 국제올림픽 홈페이지에 접속, 사이버 항의를 벌여 서버를 다운시켜버렸다. 네티즌들의 '힘'은 물론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오노 사건과 때를 맞춘 듯 '악의 축' 발언을 하여 한국인의 분노를 산 미국대통령 부시의 방한에도 네티즌들은 앞장서서 반대하는 태도를 보였고, 맥도널드 등 한국에 진출한 미국 패스트푸드 불매 운동을 벌여 그 매출을 줄이기도 했다. 아직도 인터넷상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퍼킹 USA'라는 노래가 삽시간에 퍼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이 작용했기에 네티즌들이 이런 행동을 드러낸 것일까? 누구라도 인터넷과 접속하면 어떤 사태라도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노가 김동성 선수 뒤를 따르다 방해를 받은 양 두 손을 치켜든 장면은 네티즌이라면 쉽게 그것도 반복하여 볼 수 있고, 그 기만성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이미지를 거의 무한 반복하여 보여주는 디지털복제기술이 인터넷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이제 이미지나 텍스트로 저장된 대상, 사건, 이야기 등을 직접 보고 들어서 직접 사실 확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기자, 해설자, 교수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사실을 사실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을 아는 사람은 사실이 왜곡되거나 은폐될 경우 가만히 있질 못하는 법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의 교훈이 바로 이것 아닌가. 그런데 인터넷이 특히 중요한 것은 옛 이야기에서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한 사람에 불과한 반면, 이 매체에서는 불특정 다수가 사실을 파악할 수 있고, 삽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중가요 표절, 텍스트 및 이미지의 사실 왜곡, 혹은 공중 석상에서 들릴 듯 말 듯 내뱉는 욕설 등 이전 같으면 그냥 지나칠 일들이 삽시간에 인터넷상에, 곧 이어 방송화면이나 지면에 퍼져나가곤 하는 것은 이제 그런 일들이 언제라도 네티즌의 관찰과 사실 확인의 대상이 된 결과이다. 인터넷은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사람들이 더 자유로이 의견을 개진하고, 자신들의 확신, 아니 심지어는 맹신까지도 더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서는 전문가만이 아니라 대중도 지식권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진보네트워크의 활동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진보네트워크는 국내 진보진영의 네트워크, 진보진영이 자신의 공동 기반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이다. 이 공공영역에서 네티즌들은 자유로이 정보를 캐거나 퍼뜨리고, 서로 같거나 다른 의견들을 개진하거나 공유하고, 아니면 쟁점을 두고 입장을 달리 하면서 토론을 할 수 있다. 오늘날 지식의 힘을 지닌 진보적 대중이 자신의 역량을 한껏 발휘하면서 사실을 사실로 확인하고, 왜곡과 편견과 억지와 거짓과 싸우고, 논거와 증거와 정당성과 연대의 정신에 근거하여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진보네트워크이다.

이런 진보네트워크가 '참세상방송국'을 새로 꾸리고, 새 페이지를 연다. 그 동안 '참세상뉴스'와 '참세상방송국'으로 분리하여 운영하던 것을 새로운 인터넷방송국 체제로 통합하여 '참세상방송국'(http://cast.jinbo.net)으로 재출발하는 것이다. 인터넷 방송은 속성상 기동성이 매우 높다. 바로 현장에 들어갈 수가 있고, 나아가서 쉽게 시청자에게 접근할 수도 있다. 우리 진보네트워크는 그러나 무조건 대중적 현상을 추종하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진보적 시각에서 문제의 지점들을 추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원칙과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이런 취지에서 참세상방송국을 관장하는 진보네트워크의 미디어국은 자신의 위상과 역할을 다음 세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사회운동의 매체 역할을 맡는다. 진보네트워크의 미디어활동 단위들은 운동단체들의 입장, 견해, 주장, 활동 소식 등을 유통시키고 사회운동 진영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노력해왔다.

운동단체들은 지금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매체화' 경향을 강화하며 뉴스나 방송 형태로 자신들의 페이지를 채워나가고 있다. 진보네트워크 미디어국은 단체들의 이런 매체화 경향이 지닌 중요성을 인식하여 운동진영의 공론과 쟁점을 끌어내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둘째, 진보진영의 미디어 활용에 호응하는 조직화와 네트워크화를 지향한다. 운동진영의 매체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 매체를 서로 엮어 연대 효과가 생기도록 조직화가 필요하다. 뉴스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형태로 생산되는 생산물들을 사진갤러리나 영상자료실에 보관하고, 운동단체 소식지나 기관지 클리핑 등을 통해 매체 자원을 집결시켜 공유하는 공공도서관 역할을 맡고,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유대관계를 넓히며 서로 함께 하는 방식으로 사회운동에 더 큰 힘이 붙도록 노력한다.

셋째, 미디어환경 동향 파악 및 정책 연구 작업을 수행한다. 운동단체들이 인터넷에 주목하는 주요 이유의 하나는 인터넷이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으로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미디어국은 앞으로도 다양한 인터넷 활용 방식을 탐색하고, 새로운 대안 매체 구현 방식을 연구한다.


미디어국이 이런 위상과 역할을 지켜나갈 때 참세상방송국 역시 제대로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참세상방송국이 한편으로는 진보운동 현장의 모습과 목소리를 담아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매체들의 활동이 모여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연결지점이 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관심과 능력을 지닌 대중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토론하는 민주의 광장이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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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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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b134

    새롭게 출발하는 건 좋은데,
    좀 이상하군요..
    이거 참세상방송국 맞나?
    매일 드나들게 하던 프로들은 없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