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920원에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기는 워낙에 세상이 꼴 같지 않다 보니 이제는 이력이라도 났는지 이런 말이 그리 낯설지 않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너무나 비참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너무나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현실에 나는 진저리가 쳐진다.
지난 1월 말,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재정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는데, 그 안에는 "의료급여 수급권자(과거 의료보호 대상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식대의 20%에 해당하는 비용(하루에 1,920원)을 환자에게 부담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조치가 시행된 지난 3월 1일, 병원에 입원해 있던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은 대거 퇴원을 했다. 어찌 보면, 불필요하게 입원해서 밥값을 축내고 있던 가짜 환자를 걸러내는 정책 목표는 훌륭하게 실현된 것이다.
그런데 풀리지 않는 의문이 몇 가지 있다. 그 사람들은 왜 병원에 입원해서 밥 값을 축내고 있었을까? 그리고 병원 문을 나선 후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맞다. 그 동안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일부가 딱히 아프지도 않으면서 단지 밥을 먹기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본인부담금을 받기 시작하면서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이 대거 퇴원한 것이 그런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데 막말로 밥 좀 먹겠다는 것이 그렇게 잘못인가! 이들이 병원에 입원하지 않아도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 굳이 병원에 입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가가 공인한 저소득층이라 쥐꼬리만한 생활비를 받기는 하지만, 그 돈으로는 입에 풀칠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밥이라도 챙겨 먹으려고, 혹은 입이라도 하나 덜려고 병원에 죽치고 있던 것 아닌가? 흔히 '사회적 입원'이라고 지칭되는 저소득층의 이런 행태는 사회보장체계의 부재로부터 비롯된 일종의 사회구조적 현상이다. 이런 것을 두고 도덕적 해이 운운하며, 왼새끼 내던지듯 하는 매몰찬 국가정책에 나는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게다가 하루 1,920원이 없어서 혹은 부담스러워서 병원 문을 나선 이들이 이후에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을 리 만무하다. 도대체 하루에 1,920원도 채워주지 못하면서, 국가가 공인한 저소득층에게조차 밥을 먹여주지 않으면서 생산적 복지는 무슨 급살맞을 생산적 복지인가!
지난 3월 1일, 식민지 지배로부터의 해방을 기념하면서 배부른 돼지들이 화려한 식장에 모여 만세를 부르고 있을 때, 우리의 가난한 이웃은 밥 먹을 권리, 살 권리로부터 해방되면서 비탄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고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건강보험 재정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올 초부터 많은 수의 의약품이 보험급여 대상에서 제외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진료를 받은 후 약국에서 약을 조제받을 때 부담해야 되는 비용이 늘어났다. 한 달 생활비가 몇 만원인 이들에게는 몇 천원도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금 이들은 약국 앞에서 약 조제를 포기한 채 발길을 돌리고 있다.
큰 맘 먹고 약을 조제받으려고 약국으로 발을 들여놓았다고 해서 이들의 시련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몇 개월째 의료급여 진료비가 체불되면서 자금회 전력이 낮은 약국에서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약 조제를 거부하고 있다.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는 약 조제를 해 주어도 그 비용을 국가로부터 언제 받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이번이 처음 일이 아니다. 의약분업 직후에도 대부분의 약국에서 진료비 체불 문제 때문에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약 조제를 거부했다. 그 당시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은 처방전을 들고, 분노와 수치와 좌절의 눈물을 펑펑 쏟으며 약을 구하기 위해 거리를 헤맸다. 불과 1년 전, 거리를 헤매던 이들이 오늘 다시 그 때의 눈물을 흘리며 거리를 헤매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미리 알고 작전이라도 짠 것인 양, 이들의 살 권리는 때로는 국가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놓은 촘촘한 감시망에 걸려, 때로는 엉성하기 그지없는 사회보장의 틈새에 끼어 힘겨운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래, 하루에 1,920원 아껴서 배터지게 잘 먹고 잘 살아라" 그러나, 우리 사회의 위정자들이여! 잘 먹고 잘 살더라도 이것만은 명심하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생명의 밥을 약탈하고 독점하는 행위가 모든 혁명의 근원이 되었다는 냉엄한 역사의 교훈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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