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하는 나의 삶이 여기 있다.

- 실천하는 나눔의 삶이 여기 있다.

노점을 하면서 우리에게 들리는 소식은 생로병사 이외에 '단속과 투쟁'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분열의 잡음들까지. 불법이라는 천형을 지고 우리는 마치 싸움을 타고난 사람들처럼 길거리에서 구호를 외치고 전경들과 용역깡패들과 육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노동자의 피, 길거리 고무 다라이를 지키려는 할머니의 피를 보며 새삼 눈을 의심하고 분노의 가슴을 쓸어 내린 게 몇 번이던가.

투쟁의 현장에서 주먹 불끈 쥐었다가도 돌아서면 고단하고 팍팍한 삶에 긴 한숨 내쉬던 게 몇 번이던가. 하루를 안심할 수 없는 생존의 싸움에서, 가진 자들의 기름진 탐욕 앞에서 우리는 한치의 여유조차 가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지금쯤이면 관심없는 이들도 눈치챌만큼 푸른 연두빛 새순들이 나뭇가지에 돋아난다.
재개발 딱지를 붙인 삼일아파트 그늘아래 유난히 바람찬 복개천 도로변에서 장사하는 중구지역에 지난 2월 새순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삼일지부의 조수옥 회원(55년생)이 신장기증수술을 받는다는 것.

사실 가족은 물론이고 지부에서도 반대나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듯 했으나 본인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전언이었다. 다소 다급하게 병원으로 찾아간 날은 퇴원전날이기도 했다. 작고 마른 몸을 한 회원님은 건강한 모습으로 휴게실에서 문안 온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달간의 검사기간을 거쳐 적합자로 판정 받은 후 입원 일주일만에 배 뒤쪽에 위치한 신장수술을 위해 갈비뼈까지 잘라내고 한쪽 허리부분을 반원형으로 절개하는 큰 수술을 했다고 한다.

노폐물을 배설하는 기능을 하는 신장은 그 기능을 거의 잃은 후에야 병이 발견되기 때문에 이식수술만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며 가족 중에도 기증자를 찾지 못한 많은 환자들이 기증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누가 선뜻 자기 몸을 갈라 장기를 남에게 줄 것인가.

내 가족이 그 일을 한다고 할 때 선뜻 동의할 수 있을까. 그는 가족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나름대로 설득과 협박까지 동원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가족중 한 명의 도장을 받아야하는데 그가 하는 일이 도장 새기는 일이었으니 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도장을 직접 파서 찍겠다는 말까지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장을 찍은 서류에 그치는 게 아니고 본인에게 직접 전화해서 의견을 확인한다고 하니 소용없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우연한 기회에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라는 단체를 알게되었고 사람이 생전에 기증할 수 있는 신체부위가 신장과 골수 두가지가 있음도 알게되었다고 한다.

가진 것 없는 그가 나눌 수 있는 건 바로 몸이 있음을 알았고 그래서 기꺼이 실천한 것 뿐이라는 것이다. 실천은 논리적이고 감동적인 어떤 말보다 힘있고 아름다운 것임을 느꼈다.

그가 신장을 기증하면서 보답으로 환자의 가족들이 릴레이식으로 8명이 기증수술을 했다고 한다. 사랑은 나누면 기하학적으로 배가된다는 걸 새삼 느낀다.

취재 : 김은이 가로수 편집위원

www.lisa.or.kr (생명나눔실천회)
www.donor,or.kr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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