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저상버스’인가


지하철과 버스, 택시. 여러 가지 대중교통수단 가운데 장애인 단체가 가장 우선적으로 ‘저상버스’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중교통이 장애인에게는 이용하기 힘든 ‘특별한 교통수단’일 뿐인 한국사회에서 그나마 용이한 것이 버스이기 때문이다. 택시는 요금이 비싸고, 지하철은 지하로 한참 이동해야 하는데 모두 계단이다. 전체 지하철 역 가운데 5%만이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있을 뿐인데다 리프트마저 없는 역이 많아 지하철을 탄다는 것은 아예 꿈도 꿀 수 없는 현실이다.

지하철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나 리프트를 설치하고, 휠체어가 통과할 수 있도록 개찰구를 넓게 만드는 등 공사를 다시 해야 한다. 서울시는 이같은 공사에 약 4천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만한 돈을 쓰면 지하철이 휠체어 사용자들에게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을까.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배용호 실장은 “경사형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하는 한 휠체어 사용자에게 있어서 지하철은 어쩔 수 없이 이용해야 하는 교통수단, 끔찍한 교통수단, 한번 이용하기 위해서 수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목숨마저 걸어야 하는 교통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무료 승차권을 배부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이용하고 싶지 않은 수단이 된다”고 지적한다.

결국 한국에서 휠체어 사용자들이 편리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은 버스일 수밖에 없다. 지하철과 택시 역시 장기적으로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리한 ‘대중교통’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저상버스 도입이 가장 먼저 취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배융호 실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버스가 장애인의 이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버스 정류장은 지하철역보다 훨씬 많고, 집에서 가깝다. 지하철처럼 깊이 내려가거나 올라오는 부담도 없다. 저상버스만 도입된다면, 장애인은 보도에서 바로 버스에 오를 수 있다. 수없이 많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부담이 없는 것이다.

또한 버스는 구조나 기술상의 문제도 적다. 지하철의 경우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지하철역의 구조를 변경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저상버스를 도입하면 인도의 높이를 일괄적으로 정비하면 된다. 게다가 지하철에 4천억 원을 투자하고도 장애인이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면, 이를 저상버스 도입에 돌리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는 사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서울 시내버스 절반, 저상버스로 교체 가능
98년 발표된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2004년까지 모든 지하철역에 편의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서울시는 이때까지 필요한 예산이 약 4천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므로, 4천억 원은 이미 책정된 예산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액수를 저상버스 구입으로 돌리면 어떻게 될까?

저상버스 1대 가격은 약 2억원. 현재 약 5천만 원 정도인 일반버스 가격에서 추가되는 비용인 1억5천만 원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버스업체에 지원해 준다면, 약 2천6백대의 저상버스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배융호 실장의 설명이다. 이는 서울 시내버스(8천여대)의 약 30%를 저상버스로 교체할 수 있다는 얘기. 정부에서 전혀 지원하지 않더라도 서울 시내버스의 25%에 달하는 2천대를 구입할 수 있다.

만약 대량 생산으로 저상버스 가격이 보다 낮아져 1억5천만원 정도가 된다면 4천대의 저상버스 구입 할 수 있다. 이는 서울 시내 버스의 50%를 저상버스로 교체할 수 있다는 계산. 이 경우 장애인의 이동이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인가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저상버스가 일반화되지 못하고 있을까? 이유는 비싸다는 것.

국내에서 저상버스는 5년 전에 개발됐다. 1997년 대우자동차가 출입구 높이 33㎝의 초저상버스를 개발했고, 같은 시기 현대자동차 역시 저상버스를 개발했으나 비싸다는 이유로 활용되지 못하고 공장 내 순환버스로 전락되어있는 실정이다.

대우자동차 상품계획과 석수일 차장은 “현재 수요가 없어 구매값이 1억6천만 이상 되지만 국내수요가 활성화된다면 단가는 낮아지고 전문적 연구를 통해 현재 저상버스의 미비점들이 보안될 것”이라 말했다.

저상버스 모두에게 “딱 좋아”

저상버스는 휠체어 사용자 뿐 아니라 노약자나 어린이, 유모차 역시 쉽게 이용할 수 있어 누구에게나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뿐만 아니라 목발을 사용하거나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들 역시 편리하고 안정하게 이용할 수 있다.

교통개발연구원 신연식 박사는 “장애인뿐 아니라 임산부, 노약자, 일시적 환자, 짐이 많은 사람을 비롯한 모든 이동약자를 위해 대중교통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면서 “지난 98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지만 권고사항이라 저상버스 도입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지난 70년대부터 교통수단은 시혜적 차원의 ‘장벽 철폐’ 개념에서 ‘모든 사람을 위한 설계’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당 기관지 이현주 / lhj@sp.or.kr
태그

저상버스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편집실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