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치러질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완전 선거공영제가 실시될 전망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완전 선거공영제를 제안한 뒤 여야가 선거공영제 확대를 위한 선거법 개정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선거공영제는 불법ㆍ타락 선거의 여지를 없애고 정책대결의 선거기반을 마련해 나가는 최선의 방법이다. 선거자금을 국가가 부담하는 선거공영제는 선거에서 돈이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시키고 정치부패를 막는 효과가 있다. 선거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를 선출하는 것이므로 국민의 세금으로 그 경비를 충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헌법에도 선거공영제가 보장되어 있다. 헌법 제116조에는 “선거에 관한 경비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부분적으로만 공영제가 이뤄지고 선거비용의 상당 부분을 후보들이 부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돈이 없어서 피선거권(공무담임권)을 박탈당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또 돈은 국민의 뜻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경유착, 부정부패를 심화시킨다. 선거비용을 만드는 과정에서 검은 돈에도 손을 내밀게 되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돈이 정치를 썩게 만드는 것을 막도록 공영제를 확대하는 것은 중요한 정치개혁 과제의 하나이다.
완전 선거공영제가 이뤄지면 돈이 수단이 되는 전근대적인 돈 선거가 사라질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완전 선거공영제를 하게 되면 650억원 가량의 선거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야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97년 대선 때 국가가 부담했던 선거비용의 2배쯤 되는 액수이다. 97년 대선이 끝난 뒤에 각 정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선거비용은 정당 자체부담 비용 300여억 원과 국가보전비용을 포함 총 623억여원이었다. 그러나 이것밖에 안 썼을 거라고 믿는 국민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는 수천억 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은 이제는 상식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정치는 국민의 세금을 펑펑 쓰고 있다. 바로 국고보조금이다. 양대 선거가 치러지는 올해는 예산의 0.1%를 웃도는 1138억 여 원이 정당에 지급된다. 여기에 완전 선거공영제를 하게 되면 2000억원 가까운 국민 세금을 정당이 쓰게 되는 셈이다. 깨끗한 선거와 깨끗한 정치만 보장된다면 국고부담이 늘어나도 국민이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완전 선거공영제가 정치인의 주머니에서 나오던 선거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대체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음성적인 검은 돈의 거래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칫 완전 공영제라는 명분으로 늘어난 국고 부담액은 부담액대로 쓰고, 후보나 정당이 지금까지처럼 쓰던 돈은 그 돈대로 쓰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검은 돈의 선거판 유입을 막고 ‘돈을 덜 쓰는 선거’를 하자는 처음의 취지는 사라져 버리는 셈이다. 따라서 검은 돈이 정치에 끼어 들지 못하도록 정치자금법이나 돈세탁방지법 등 관련법부터 손질해야 한다.
또한 정당에게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의 사용 내역부터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각 정당의 국고보조금 지출내역에 관한 회계보고는 엉터리였다. 다시 말하면 국민세금을 정당들이, 또는 정당지도자들이 멋대로 써버리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이런 나쁜 관례를 그냥 둔 채로 국민 세금을 더 쓰도록 할 수는 없다.
또 하나 잊어서는 안될 사실은 완전 선거공영제라 해서 지금까지 후보나 정당이 썼던 모든 비용을 다 국민 세금으로 부담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선거를 공정하고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비용과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또 올바른 선택에 필요한 후보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홍보 비용만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지금처럼 선거운동원들이 타고 다니면서 거리 유세를 하는 자동차를 빌리는 비용과 기름값, 확성기를 빌리는 비용이라든가 전화홍보를 위한 전화요금까지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필자 손혁재 박사(정치학)는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및 시사평론가로 활동중입니다
손혁재 [nurison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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