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거리투표, 표거래 만연


회기 초반부터 뚜렷이 드러난 서구선진국 대 이슬람 혹은 개발도상국 간의 대결양상은 회기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결의안에 대한 표결이 시작되자 더욱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 진행된 국가별 인권상황에 대한 결의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로 비난받는 국가들이 서로를 비난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 협력하는 작태가 연출됐다.

이날 최근 짐바브웨에서 일어난 선거유혈사태와 고문, 비사법처형, 불공정재판 등에 대해 특별보고관의 관심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상정됐다. 그러자 마치 작전이라도 수행하는 듯 나이지리아, 중국, 시리아, 콩고민주공화국 등이 차례로 짐바브웨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면서, 결의안 상정 자체를 거부하는 불처리동의안을 제출했다. 결국 아프리카, 이슬람, 저개발국가 들의 협력으로 짐바브웨 관련 결의안(E/CN.4/2002/L.23)은 논의도 되지 못하고 부결됐다. 비슷한 상황은 체첸의 인권침해 관련 결의안(E/CN.4/2002/L.29)의 표결과정에서도 반복됐다.

한편 세계화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결의안(E/CN.4/2002/L.44)은 파키스탄이 이슬람국가기구를 대표하여 상정했으며, 유럽연합과 한국, 일본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저개발국가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다. 이 결의안은 기존에 진행돼 온 특별보고관의 보고를 계속할 수 있게 승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투표양상에 대해 한 전문가는 "짐바브웨는 다른 아프리카의 인권침해 국가들의 로비로 결의안에서 빠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들 국가들이 서로 인권침해의 비난에서 벗어나게 해주려고 표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뿐만아니라 "파키스탄도 세계화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말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저 패거리정치를 벌이고 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아프리카에서 온 한 민간단체 대표는 "각국 정부가 유엔인권위에서 서로의 인권 침해를 감추기 위해 온갖 수단을 쓰는 동안, 아프리카의 민중들은 지금도 군인과 경찰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인권하루소식 김철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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