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copyleft 교육희망]
[세일즈맨의 죽음]하면 떠오르는 작가, 아서 밀러의 숨겨진 작품 [크루서블]은 ‘여인이 한을 품으면 5∼6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에 적합한 작품이다.
소유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의 부인이라도 마녀로 만들어야한다는 해괴한 발상을 근간으로 한 〈크루서블〉의 공간적 무대는 1692년 매사츄시츠주 세일럼이다.
87세로 생존, 세계적 전설이 된 작가의 상상은 코네티컷의 작은 숲을 관통해 뉴욕까지, 중세에서 현대까지 시공을 초월해 창작 영역을 넓혀왔다. 그리고 우주에 실다리(絲橋)를 놓는 관문으로 기독교를 선택해, 그 중에서도 마녀논쟁, 그 뜨거운 현장을 우리에게 투사한다.
나다니엘 호오손의 〈주홍글씨〉에서 읽을 수 있는 분위기와 이름들이 〈크루서블〉에서도 감지되는데, 희생자는 모두 선량한 이웃들이다. 전쟁의 최대 희생자가 어린이와 부녀자이듯 〈크루서블〉, 대(大)시련의 희생자는 주로 여성들이다.
차가운 무대를 뜨겁게 달구는 강신구(존 프록터 역)·무대의 균형을 맞추는 노련한 리베로 여무영의 연기와 에코처럼 모노 사운드로 하나되는 최슬·강지은이 粉한 메인들은 점층·점강으로 캐릭터를 빛내며 마지막 사형장의 이슬이 되는 순간까지 극한상황을 연기해낸다.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인 ‘빗나간 사랑’의 결론은 싱겁게 끝이 난다. 과녁이 된 선량한 이웃들은 정치와 종교가 야합한 협박과 고문에 거짓자백을 하고 마녀가 되어 사라진다.
엄청난 광기의 현장을 만드는 연출가의 작품해석·대사 축약과 공간 확장, 연기자들의 온·오프 연기, 유·강의 동선과 블로킹, 시공을 살린 라이트와 사운드 디자인, 모두를 포함한 미장센은 정치 회오리를 몇 배 상회하는 폭풍의 당시를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이 시대 품위 있는 클래식을 접할 수 있는 우리는 행복하다. 작품을 선정, 무대화 해낼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갖고 있는 시립극단의 이번 공연은 동시대 연극의 심도의 빈약함에 비해 크게 상찬받아 마땅하다.
장석용·신일고 교사/ 한국연극협회 희곡분과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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