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골라보기-<블루> <화이트> <레드>]영화의 색깔론

이명인/영화평론가 proteur@empal.com
정치판의 '색깔론'이 창궐하고 있고, 이들이 여전히 이념과 색에 대한 편견을 유포시키고 있는 걸 보니, 선거철인 모양이다.

나만해도 어린시절부터 크레파스를 통해 '살색'이라는 공식어를 받아들이며 이미 색과 세상에 대한 편견에 물들어 보냈었다. 지금에야 '살색'에 대한 개념수정을 위해 공익캠페인같은 것도 하고 있긴 하지만, 색에 대한 불명예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영화의 색깔론은 좀 다르다. 편견보다는 오히려 상징과 은유에 대한 과잉이라고 할까? 영화의 주도적인 시각적 이미지 탓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담아내는 색에 대한 분석과 감각은 감독의 개성과 장르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하다.

폴란드의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은 기획의 달인이라고 할 만하다. 성서의 십계명을 모티브로 삼아 각각의 계율을 제목으로 달아 열편의 시리즈를 나눈 후 인간의 본성을 실존의 문제와 결합시킨 <십계> 기획도 그렇지만, 그의 색깔론이라 부를 수 있을 <블루>, <화이트>, <레드>의 삼색 시리즈도 그의 흥미로운 기획물이다.

유럽통합 논의가 진행되면서 부상하게 된 유럽공동체에 관한 명암을 그만의 방식으로 써내려간 삼색시리즈는 개인의 욕망과 타인과의 소통과 구원의식이 뒤섞여있다. 눈치 챘겠지만, 파랗고 하얗고 빨간, 이 세 가지 색은 각각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 삼색기의 이상을 반영하고 있다.
프랑스 자본을 통해 영화를 만들게 된 뒷배경과 무관해보이지는 않는다.

어쨌건 키에슬로프스키는 1993년부터 2년에 걸쳐 이 시리즈를 완성한다. 거창한 주제를 내세우는 대신 여성주인공을 중심으로한 사랑의 구도 속에서 유럽 사회의 이념과 경제와 평화에 관한 메시지를 은유해 내고 있다. 상징적인 의미말고도 세가지 색은 영화 각각의 톤을 주도하며 스타일에 기여하고 있다.

남편의 죽음을 겪은 여인이 쓸쓸한 자유의 상황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블루>, 폴란드남자와 프랑스 여자의 관계를 통해 평등의 존재를 역학적으로 살펴가는 <화이트>, 인간의 삶에 대한 욕망을 구원의식으로 풀어내 주는 <레드>는 감독의 철학과 성찰이 담겨있다.

몇해 전 세상을 떠난 키에슬로프스키에게 이 삼색 시리즈는 유작이 되었다.
[84호] 4.22 ~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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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쥐시토프 , 키에슬로프스키 ,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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