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안의 영화이야기]홍상수의 새로운 ‘발견’

이지안 mulu@kdlpnews.org
'일상'.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고 쉽게 단정지어 버리는 것. 여기에 홍상수'적' 시선이 닿으면 이내 낯설어진다. 여기까지는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어쩌면 '일상'이란 그 어떤 체험보다 낯선 대상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견고한 폐쇄성을 지니고 있는 홍상수의 영화적 '공간'과 만나게 되면, 이제 '일상'은 지리멸렬함을 넘어 기이함으로 다가오는 그 무엇이 된다. 불가해한 삶의 끄트머리쯤 존재하며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욕망을 마주하는 첨예한 접점에 이른다.

그러면서 홍상수는 그 바깥에 위치해 특별한 결론도 제시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도 않으며, 다만 관객들이 그의 영화를 통해 일상적 틀에서 벗어나게끔 부추길 따름이다. 머쓱하고도 섬뜩한 체험. 그의 영화들은 대부분 그렇게 읽힌다.

게다가 홍상수는 영악하다. 쳐다보는 그의 영화가 분절적 단락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은 그의 탁월한 연출력을 읽게 하는 지점이다. 전통적인 드라마투르기를 거부하고 인물과 사건들을 조각냈던 그는 더 나아가 그 조각들 사이로 우연성을 접합시키고 시간을 다시 짜내며 사건을 반복/변주하면서 인물들의 캐릭터를 더욱 두텁게 한다. 홍상수는 이러한 자신의 코드를 한 데 모아 끊임없이 한국영화사의 희귀한 한 순간들을 빚어냈다.

그의 신작 <생활의 발견> 역시 이러한 홍상수적 딱지가 모두 붙어있는 영화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부터 <강원도의 힘>, <오! 수정>에 이르는 그의 전작들에 대한 일상변주곡이다. 영화 주인공들의 남루한 생활은 여전히 때가 꼬질꼬질하게 끼어 피폐하기 짝이 없고, 사랑에 목마른 그들을 더욱 하강국면으로만 이끌고 간다.

특히, '엇갈림' 속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그들의 관계는 <강원도의 힘>과 더욱 많이 닮아 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단락을 더 잘게 나눠 관객의 영화보기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생활의 발견>은 정확히 홍상수'적'이면서도 어딘가 좀 새롭다. 아니, 새롭다기 보다는 처절하게 '웃기다'. 그 어떤 코미디를 능가할 정도로 관객들을 웃긴다.

그의 전작들에 비해 '드러나는' 서늘함은 없어지고, 오히려 '주접'스런 코드가 보일 만큼 캐릭터를 희화화시킨다. 삭막한 예전의 공간이 아니다. 홍상수 딱지를 달고 다니느라 다소 식상해진 코드가 세월의 두께를 입어 조금은 옅어진 것일까.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영화 곳곳에 스며있는 '냉소'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점 더 닫혀간다는 느낌이 불쑥 치솟아 오를 때, 우리는 '웃음'이라는 장치에 가려진 것들을 떠올려야만 한다. 이를테면, 관계의 소통불가능성이나, 삶에는 그 어떤 일관성도 없다는 것들 말이다. 홍상수는 '은폐'라는 새로운 장치를 발견한 것이다.
[84호] 4.22 ~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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