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법안 존재 자체가 반인권적"

이지안 mulu@kdlpnews.org
테러방지법이라는 국가보안법의 친동생이 급기야는 탄생되고 말 것인가. 테러방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난해 11월 이후, 끊임없이 이어진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인권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진보정치> 67호·77호 참조) 끝내 이 법을 제정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드높다.

정부와 민주당은 테러방지법안의 일부 내용을 고쳐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인 반면, 민주노동당, 인권운동사랑방 등 95개 단체로 구성된 '테러방지법저지를 위한 공동투쟁'은 지난 12일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테러방지법 전면 폐기를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들어가 테러방지법 제정을 둘러싼 지리한 싸움을 계속해야만 했다.

한편 이날 급작스럽게 일정이 잡혔던 국회 정보위의 테러방지법 논의는 법안처리에 대한 여야 합의 부족으로 일단 미뤄졌으나 이번 회기 안에 어떻게든 테러방지법안을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테러방지법 통과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한나라당이 합의 처리로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은 이번 수정안이 △대테러센터에 파견된 국가정보원 직원에 대한 수사지휘권 삭제 △테러자금에 대한 계좌추적권 삭제 △테러행위에 대한 감청권 삭제 △엄격화한 테러개념 규정 등을 이유로 이 법의 인권침해 소지가 줄었다고 주장하지만, 인권·시민단체들은 "테러 규정의 모호성 등 수정안도 본질적으로 원안과 다를 바 없다"며 "법안 자체가 남아있는 한 반인권적 요소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입법절차의 비민주성도 지적되는 대목이다. 짧은 입법 예고기간과 정부내 의견조정, 시민사회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법률폐기 권고를 무시했을 뿐 아니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공청회조차 테러방지법에 찬성하는 사람들만이 참석해 이미 인권·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이수호 민주노총 임시비대위장은 "테러방지법안은 테러를 빙자해 국민들의 인권을 제한하려는 시도가 분명하다"며 "조속히 제정돼야 할 법은 통과시키지도 않는 국회가 테러방지법과 같은 반인권 악법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신촌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 중 다수도 "테러방지법 제정에 반대한다"며 "이 법의 내용을 알고 나면 상식적인 시민들은 대부분 법제정에 반대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었다.

대학에서 인권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최진호(23·갈현동)씨는 "9·11 테러 이후 제정된 미국의 테러방지법도 인권침해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리하게 따라해서 왜 똑같은 문제를 만드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계수 울산대 교수(법학부)는 "과연 이 시점에서 테러방지법이 왜 필요한지 텔레비젼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토론하자"고 제의했다.

또한 시민·인권단체들은 테러방지법안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비껴가면서도 민주당이 이번 회기 내 테러방지법안 통과에 집착하고 있는 의도가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시키고 대테러센터가 국정원의 기능재편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국정원의 권력남용을 우려한 대한변협소속 변호사들 또한 "국정원은 현재도 국내외 정보를 독점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등 공안사건의 수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테러사건 수사권까지 장악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한편,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테러방지법 전면 폐기를 위한 국회 앞 단식농성을 진행했던 '공동투쟁'은 국회의 기습적인 심의 처리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정보위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이후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84호] 4.22 ~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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