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의사파업’ 연기의 진짜 이유는?]"그들은 국민의 원성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의사협회가 '의약분업철회와 대안마련을 위한 의정협의체구성'을 목표로 계획했던 4월 17일 '파업'이 연기됐다. 의협은 이를 "민항기 추락사고로 빚어진 고통받는 국민의 아픔에 동참"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이를 "국민압력에 무릎꿇은 의사파업"이라고 규정하고 "의사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을 의식한 행동이라 평했다. 과연 그럴까?

물론 재작년 의사폐업이후 국민들이 의사를 바라보는 눈은 '의사들의 행동에서 세상의 끝을 보았다'는 조정래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최악이다.

그러나 한국의 의사협회가 어떤 곳인가? 국민의 시선을 무서워하는 집단이라면 국민의 원성 속에서 1백일 가까이 진료봉쇄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번에 또다시 '파업'을 선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 다시 묻도록 하자. 의사협회는 왜 지금 파업을 선언했고 왜 또 연기했는가?

사태의 본질은 철저히 '정치적'이다. 그 한 가지는 의료제도발전특위의 구성이다. 의사협회의 파업은 보건의료제도를 의사와 정부가 알아서 정하겠다는 제도를 따내기 위한 '정치적'인 것이었다.

정부는 파업을 코앞에 둔 4월 11일 "보건의료 현안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권한을 지닌 대통령직속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의사협회의 손을 들어줬다.

의발특위의 구성을 보면 과연 이러한 위원회도 있을 수 있구나 싶게 호화찬란하고 의사편향적이다. 재경부, 기획예산처, 보건복지부장관, 국무조정실장등 장관만 5명에 노동복지수석이 간사를 맡고 있고 의협, 병협등의 대표를 포함하여 의사협회가 추천한 의료계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26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12인이 의사협회 쪽 인사이고 정부 쪽이 10인이며 시민사회단체인사는 2인에 불과하다. (참고로 의사협회측 인사들은 민간의보도입의 주창자들이다). 위원장은? 물론 의사다. 결국 의협은 '의정협의체'를 이미 쟁취했다. 왜 파업을 하겠는가?

둘째, 사태가 이러하더라도 의사협회의 전력을 보면 자신의 정치력을 한껏 높이기 위한 위력시위로라도 파업을 감행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파업을 하지 않은, 아니 못한 이유가 있다. 바로 최근 한나라당의 정치적 몰락이다. 이른바 '노풍' 탓이다. 이전에는 이회창 총재도 민주당의 정모 후보도 의약분업에 대한 재검토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현재는 한나라당의 최모후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의협 주장을 직접 지지하지 않는다. 의사협회의 충실한 정치적 파트너인 한나라당 집권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의사협회는 안타깝게도 눈물을 머금고 다음 기회를 노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미 전리품을 챙긴 뒤지만 말이다.

이번 의사파업연기의 교훈은? 첫째, 사태의 '정치적' 본질을 보자. 의사협회는 이미 그들의 정치적 목표를 대부분 달성했다. 둘째 현실에서의 구체적인 힘은? 그것은 국민의 '눈'이나 여론이 아니다.

구체적인 정치력이 힘이다. 민중이 힘 또한 민중의 정당으로 표현되는 구체적인 정치력이 없고서는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아니다. 의사파업연기가 보여주는 냉정한 현실은 바로 그것이다.
[84호] 4.22 ~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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