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27일 시범실시를 시작으로 7월에는 행정부처와 지방행정청이 주5일근무제에 전면 돌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조만간 학교에도 주5일제수업이 도입될 전망이다. 그러나 세계 최다의 수업일수와 수업시수를 갖고 있는 우리 나라의 학교 여건상 주5일제수업은 사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왜 〈주5일제 수업〉인가
전교조가 쓰는 〈주5일제 수업〉이라는 용어와 교육부가 주장하는 〈주5일 수업제〉라는 용어는 관점의 차이에 따라 그 의미와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전교조의 주5일제수업은 하루를 확실히 휴업할 수 있도록 ‘교사는 주5일 근무, 학생은 주5일 수업’의 내용을 법령화하자는 것이고, 교육부의 학교 주5일수업제는 ‘학교는 주5일 수업을 하되 필요에 따라서는 6일째도 교육과정 이외의 다른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45조 2항과 자율학교 규정 등 현행의 각종 법령을 이용하여 토요일 수업을 평일에 당겨서 하고, 휴업일에 하던 각종 행사를 주5일 내로 녹여서 시행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다.
좀 더 부연하자면 교육부는 향후 2, 3년간 법령 개정 및 교육과정 수정고시 없이 앉아서 편하게 주먹구구식으로 주5일 수업을 실시하고 싶다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교육개발원은 노동계의 주5일 근무제에 따른 주5일수업을 수행하는 입장이라면 가정과 학교가 그 뒷받침을 해야 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학교주5일제수업〉이라는 애매한 용어를 채택하고 있다.
한편, 청소년 학회 등은 전교조처럼 〈주5일제수업〉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진작에 결의한 바 있다. 이는 6일째의 휴업일에 진행될 수 있는 체험학습이나 연계 수업 프로그램에 대해 주체적인 입장을 갖고 사업을 진행 할 예정이니 교육부는 오히려 청소년단체에 협조적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따라서 〈주5일제 수업〉은 노사정위원회의 주5일근무제에 따른 논의에 비추어 주5일 수업을 노동·사회적 조건과 조화를 꾀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 전체의 제도적 문제로 떠 안아야 한다는 학교내외적 환경 즉 사회·교육적 관점에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주5일제수업의 과제와 외국의 사례
주5일제 수업 실시 여부에 따른 논란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은 역시 사회가 요구하는 학교의 탁아 및 보전 기능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학교교육의 특성상 주5일제 수업이 전격적으로 도입될 경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회적 지원 시스템, 교육과정의 변이, 교원 확보와 체험학습 등 변화되어야 할 사회·교육적 구조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5일제수업을 주5일제근무의 종속적 관계로 규정, 보완적 기능 중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학교의 탁아 및 보전’ 기능만을 유난히 부각시키는 것은 주5일제수업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회복지 시설을 비교적 제대로 갖추고 있는 프랑스, 영국, 독일 등에서도 주5일제 수업을 도입할 때 막대한 재정 지원, 단계적 교육개혁 과제, 단위학교 자율적 운영 등을 적용한 것은 주5일제수업이 오히려 경제적 관점에서 다루어지는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주5일제수업을 도입하기 전에 이미 180일 정도의 연간수업일수와 주당 25시간 정도의 수업시수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전체 수업시수를 유지하려고 토요일 수업을 주중에 당겨서 실시한 것이 가장 큰 실패의 요인이었다.
자연히 교사들의 노동 강도는 높아지고 아이들의 평일 학습량은 과부하를 일으키는 공통점을 형성했던 것이다.
그 결과 중국에서는 토요일 보충수업이 유행하고,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뒤늦게 수업시수와 교과과정을 개편하는 일이 수반되었으며,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에서는 수차례에 걸친 학습시간 조직의 개편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므로 세계에서 드물게 국가주도의 강고한 교육과정과 입시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 나라 현실에서 주5일제 수업의 도입 자체를 경제·노동적 관점에 치중하여 현재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적당히 실시하는 보완적 요소로 적용하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며, 오히려 차분하게 교육개혁적 관점에서 자체적으로 《교사는 주5일근무 - 학생은 주5일학습》체제의 구조를 어떻게 우선 조기에 법제화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는 우선 순위에서 주5일제 수업 및 근무체제를 법적 규정으로 완비한다는 전제하에 주5일제수업을 만들어가야 하며, 처음부터 외국의 실패 사례처럼 휴업일을 보완하는 형태, 즉 평일수업의 양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전면 조기 도입이 바람직
우리 나라의 교육 및 사회적 여건은 오히려 주5일제수업의 전면 조기 도입 방식을 유발하고 있다. 청소년 정책과 교육정책은 교육기본법, 청소년기본법, 사회복지법에 의해 철저히 다원화되어 있고, 이러한 현실은 청소년지도사 등 청소년 전문인력 약 3만명(청소년백서 2000)과 청소년관계 자원봉사인력 약27만 명의 인력을 갖추고 있는, 상당히 안정적인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강고한 교육과정과 치열한 입시경쟁은 주5일제수업의 사교육시장화(중국처럼 주말반 학원운영)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실은 적당한 보완적 조치보다는 근본적인 개혁조치가 훨씬 목표에 도달하기 쉬운 방식임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법령 개정 없이 적당한 시범체제, 수업시수를 메꾸기 위한 이동수업 등 교육부의 땜질식 방안은 주5일제수업을 확실히 망치게 만드는 방식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국회는 지금부터 다음과 같은 사항을 준비해야 한다.
첫째, 이미 220일의 수업일수와 주당 35시간(중등) 이상의 수업시수를 운용하는 우리 현실에서 단순히 수업일수를 10% 줄이거나 휴업일의 수업시수를 평일에 보충하는 방식으로 주5일제수업을 진행하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따라서 실질 수업일수와 수업시수를 줄여야 한다.
둘째, 교사의 주5일근무, 학생의 주5일수업제를 법적으로 채택해야만 그에 대해 청소년단체 등 관련 지원 기관에서 명징한 대책을 세울 수 있다. 현재의 특별활동 전일제 방식처럼 교육 외부기관이 지원하는 체제를 온존시킬 경우, 주5일제 휴업일에 대한 지원체계상의 재정 및 인적 인프라의 주체적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단체 등이 주5일제수업의 휴업일에 대한 대책을 주체적으로 시행하려면 주5일제수업에서의 휴업일에 참여하는 부분에 대한 행·재정적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고 그에 대한 법적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경우 휴업일에 교원은 보완적 기능을 담당하고, 청소년·사회단체 등은 주체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렇게 해야만 청소년단체 등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고, 6일째 휴업일의 탁아·보전 기능이 올바르게 마련될 수 있다.
셋째, 주5일제수업의 법령화와 학원 및 과외 규제 특별법(가칭)은 사교육비 감소, 학습효과 증진, 학력 패러다임의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사교육 시장과 인성교육 체제(체험학습 활동 및 그에 수반한 입시 반영 등)의 대비가 명확해지고, 그에 따른 입시체제의 변화, 학사력 및 학제 개편 등 시너지 효과로 인해 학력사회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과도한 학습량의 적정 수준 조정을 통해 학습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갖고 2002년 하반기에 교육부는 교육개발원, 교원노조, 시민단체, 교육전문가와 함께 과제를 연구하고 그 구체적인 경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넷째, 학교의 학생 보전 기능을 위한 보조적 역할(휴업일)에 대해 교육부와 교원노조는 대안 마련을 해야 하며, 농어촌 도서벽지의 교사-학생을 위한 주5일제수업 방안에 대해서도 청소년단체협의회, 행자부(공익근무요원 활용) 등과도 공동 대책을 세워야 한다.
김대유 객원기자 solti001@ch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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