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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에 대한 접근권은 인간이 누려야할 보편적 권리이다. "모든 사람이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가 있음"을 천명한 세계인권선언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의 표현물인 정보에 접근하여 보고, 듣고, 읽는 대표적인 문화생활의 인권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근대 이래로 도서관은 인간의 기본권으로써의 정보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였다. 특히 정보상품을 구입할 수 없는 경제적 소외계층을 위한 정보공유지였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저작권법은 이와 같은 도서관의 역할을 지원하는 법적 장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에게 저작물(정보 중에서 창작성이 있는 표현물)에 접근하거나, 읽고, 보고, 듣는 것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도서관 이용자들은 도서관 서가를 누비며 수많은 책들을 들추어보거나 꺼내서 책상 위에서 읽거나 혹은 대출하여 집에서 보는 것에 대하여 저작자로부터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었다.
또한 저작권법은 복제에 대한 권리를 저작권자에게 부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의 그 사회적 역할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하여 복제권을 제한시키고 있었다. 즉, 도서관은 조사·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제한된 범위 내에서 저작물의 복제물을 제공하거나, 도서관 상호간에 구하기 어려운 저작물의 복제물을 교환할 수 있었으며, 상호대차를 통하여 예외적으로 요구되는 저작물을 다른 도서관으로부터 빌려 이용자에게 서비스할 수 있었다.
디지털 도서관에서는 이와 같은 일들이 디지털화된 정보를 바탕으로 네트웍 상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을 고려하여 2000년 1월 개정된 현행 저작권법과 2001년 11월 국회 문화관광위에 회부되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부의 저작권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은 위와 같은 도서관의 기능을 상당부분 위축시키는 면이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도서관 관외전송을 금지한 규정이다. 저작권법 제28조는 이용자들이 도서관 건물 내에서 자관 혹은 다른 도서관에서 전송받은 디지털 자료를 화면현시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도서관 건물 이외의 장소에서는 자료를 전송받을 수 없다. 하드디스크에 복제할 의도없이 단순히 화면상에서 정보를 보는 행위는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며 책을 들추어보는 것과 유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규정은 저작권자에게 책을 볼 권리 혹은 읽을 권리를 부여하여 이제 이용자들이 보거나 읽는 것에 대해서도 권리소유자에게 허락을 받아야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조항의 폐해는 국가전자도서관(www.dlibrary.go. kr)을 통하여 확인해 볼 수 있다. 도서관에 소장된 자료를 디지털화하여 안방자료실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로 공공기금 수십억을 들여 구축한 바 있는 본 디지털 도서관의 자료를 검색하여 원문을 보려고 클릭하면 가까운 공공도서관의 "지정된 PC"에서 열람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이것은 도서관 관외전송을 금지한 조항으로 인한 것이다. 더욱이 개정안에서는 도서관간 전송마저도 금지하고 있으므로 만일 이 개정안이 국회의 심의를 통과한다면, 가까운 공공도서관이 아닌 원문을 디지털로 구축해 놓은 도서관까지 직접 방문해서 디지털 자료를 열람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개정안에서 동시에 열람할 수 있는 이용자의 수를 해당 도서관 등에서 보관하고 있는 도서의 부수만큼으로 한정한 것이다. 디지털화된 자료의 인쇄본 도서가 도서관에 한 부만 소장되어 있다면, 해당 디지털 자료를 동시에 열람할 수 있는 이용자 수를 한 명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서관에 소장된 자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보통 1권인 경우가 많다. 많은 자원을 투입하여 디지털화한 자료를 동시에 한사람의 이용자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디지털화의 의미를 상실케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아울러 개정안에서는 사서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이용자에게 복제물을 제공하거나 타 도서관에서 구하기 어려운 저작물을 제공받을 경우 디지털 형태의 복제는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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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작권법은 그동안 공정한 이용을 도모한다는 목적을 가장 구체화할 수 있었던 도서관 면책규정을 지속적으로 위축시키고 있는가? 아마도 도서관이 모든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디지털화하여 모든 국민에게 전송할 수 있게 되어 결국 전국적으로 팔릴 수 있는 책의 수란 단지 한 권에 불과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입법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만일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야말로 문화발전에 해악을 미치는 첫째 요인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근대 이후의 도서관은 저작물을 정당한 가격으로 구입함으로써 저작물의 창작 및 생산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구입한 저작물을 공중에게 이용시켜 잠재적 창작자들을 만들어냄으로써 문화향상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서 가정한 상황이 현실화된다면 결국 저작물의 창작자, 이용자, 사회 모두에게 크나큰 피해를 줄 것이다.
그러나 현재(또는 앞으로는 더욱더) 도서관의 디지털화 작업은 대체로 정상적인 유통시장을 통하여 구입할 수 있는 자료에 대하여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즉, 정상적인 유통경로를 통하여 구입할 수 없는 자료들로써 공공기관에서 발행한 보고서, 학위논문 등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발간된 자료들이 디지털화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적자금을 이용하여 생산한 공공기관의 저작물일 경우 각 도서관마다 자체적으로 디지털화하여 서비스한다면 이것은 국가적, 사회적 차원에서의 낭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자료는 공공기능을 담당하는 도서관들이 차별적으로 디지털화하여 도서관간의 전송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동시이용자의 수를 도서관 소장 부수로 제한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일 매우 영리적인 목적으로 출간된 그리고 현재 유통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도서를 도서관이 디지털화하여 아무런 제약없이 이용시키는 것은 저작자에게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자료에 대해서는 동시 이용자수를 제한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공공기관의 저작물 등 비영리적 목적으로 널리 유포시킬 것을 염두에 두고 작성된 저작물에 대해서도 동시이용자수를 소장된 도서의 부수로 제한시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과연 그러한 자료가 동시에 네트웍상에서 이용된다고 하더라도 그게 누구에게 피해를 줄 것인가?
일부에서는 도서관예산 증액을 통하여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으로는 이것이 매우 명쾌한 해결방안이라는 생각도 든다. 도서관 예산을 대폭 증가시켜 동시이용자수에 대한 비용, 관외전송에 대한 비용, 복제에 대한 비용, 도서관간 전송에 대한 비용을 모두 도서관이 지불할 수 있다면 이용자들과 특히 정보제공업자들에게 큰 이익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도서관이 공정한 이용에 대한 비용까지 부담하게 된다면, 결국 도서관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그만큼 적어지고 따라서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양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해결방안은 조심스럽게 적용하지 않는다면, 즉 공정이용에 대하여 저작권자에게 지불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출판자본가의 이익만을 지나치게 보장하는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
또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도서관에 적용하려는 의도이다. 도서관에서의 도서구입을 위해 필요한 예산이나, 권리자의 이용허락에 소요되는 비용은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도서관 이용자에게 부담케 하는 것이 자원배분의 효율화라는 경제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가정하에 복제가 아닌 화면상에서 책을 열람하는 것에 대해서까지 혹은 도서관간 전송에 따른 추가 부담을 이용자의 부담으로 떠넘기려는 것은 경제적 소외계층에게 정보에 대한 접근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정보에 대한 접근과 이용이 인간이 누려야할 기본권임을 인식하고 그것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로써의 도서관의 기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도서관은 도서관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만일 원격지에서 디지털 도서관의 자료를 보거나 읽는 것이 지불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허용된다면 디지털 시대의 정보불평등을 극복하고자 하는 디지털 도서관의 꿈은 사라지는 것이다. 디지털 도서관의 활성화는 곧 정보에 대한 접근과 이용, 창작을 활성화시킬 수 있으며, 이것이 곧 저작권법이 추구하는 근본적 목적이기도 하다. 그 목적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은 개정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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