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Copyleft 교육희망]
20세기 청산||다시서는 학교교육 27
주 5일제 수업 ②
과제와 대안
휴업일 수업을 평일로…시늉만 5일제
교육부는 주5일제수업을 할 경우 7차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하고 입시정책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또한 휴업일에 폭발적으로 증가할 사교육비에 대한 대안 부재에 고심하고 있다.
다른 면에서 주5일제 수업으로 인해 학생의 연간 수업일수가 줄어들고 교사의 주당 수업시수가 정상적으로 감축되는 것과는 달리 휴업일 분량의 교육예산을 청소년·사회복지 단체에 이관하고, 그만큼의 교육행정직을 구조조정 해야 하는 아픔을 견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래서 교육부는 ‘주5일 수업제’라는 용어로 ‘주5일제 수업’을 적당히 시늉만 내고 싶어한다. 현행 교육과정을 고수하고 휴업일의 수업을 평일로 당기고, 심지어 휴업일조차 교사들을 출근하게 하여 연계·체험학습을 실시하게 하는 것이 교육부가 하고자 하는 ‘주5일수업제의 실체’이다.
또한 휴업일에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학습활동을 청소년 전문가 등에게 이양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이 대부분 교사들을 통해 실시할 방침을 갖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편법적인 보충·자율학습도 포함될 것이다.
이는 현행 6차 및 7차교육과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휴업일조차 교육부가 학교교육의 연장선상에 놓고 독점하겠다는 의미다. 만약 교육부의 의도대로 주5일수업제가 진행될 경우 학교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6차 교육과정 때부터 그 부작용을 일찍이 경험한 바 있다.
노동강도 강화, 수업일수 줄여야
교육과정 개편 없이 교육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형태로 주5일수업제를 실시 할 경우 교육과정상 부작용은 심각하다. 자율학교 규정 등에 따라 현행 220일의 수업일수를 198일로 줄여서 실시한다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현재 진행 중인 주5일제 시범학교의 교사들이 털어놓은 문제점에 대해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토요일 전일제 수업을 평일에 보충하느라고 보강하랴, 학습지도안 수업시수란 메꾸랴 난리도 아니예요. 일주일이 빡빡해요. 학교 행사나 시험일자를 수업 일수에 포함시키는 재량권을 학교장에게 부여 한 것은 좋았지만, 그런 시간을 교사가 개별 수업 시수로 대치할 수 있는 규정은 없어요. 그러다 보니 기타 활동은 기타 활동대로 하고 수업시수는 수업시수대로 채워야 하는 모순이 생기고, 그 바람에 시간에 쫓겨 아이들과 면담할 틈도 없어요. 늘어난 업무 때문에 정상적인 교육은 생각할 처지가 못 돼요.”
“봉사활동 내신 점수화로 인해 아이들이 헤매고 다녀요. 복지단체가 과포화 상태니까 이번엔 개인 영리단체로 몰려가 심부름도 하고, 이용당하기도 하고 정말 말이 아니예요.”
원래 ‘교육과정 이수시간’을 내실있게 운용하도록 수업일수를 220일로 잡고 ‘연간 최소 시간수’를 정해 학교장에게 학교행사나 시험기간을 수업일수에 포함시키는 권한을 부여한 것은 실질 수업 일수를 지키라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학교장에게 수업일수 조정 권한이 있는 것과는 달리 교사들은 수업시수 조정 권한이 없기 때문에 겪는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를 들면 어느 교사가 ‘소풍’이 낀 날에 4시간 수업이 있다면 그 날은 학교장의 재량권으로 수업일수에 포함시킬 수 있지만 그 교사는 그 날의 자기 수업이 결시로 처리되므로 연간 수업 시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보강을 해야하는 모순이 따른다. ‘노동력의 극대화’를 꾀한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수업일수, 수업시수, 교과서 분량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주5일제수업을 할 경우 월1회가 아니라 월 4회가 되니까 수치로 따져도 지금보다 최소한 3배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 뻔하다.
학제개편, 교육과정 수정고시해야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간 수업일수(220일)와 주당 수업시수(35시간 내외)를 유지하고 있으며(OECD국가: 180일 이내, 주당 25시간이내), 교육부 방안대로 교육과정의 수정고시 없이 현 상태에서 주5일제수업을 실시할 경우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가장 중요한 교육과정 개편은 주5일제수업의 취지에 따라 다음과 같이 변화되어야 한다.
첫째, 교육과정은 공동체성을 강조하고 협력학습, 실습위주의 교육과 실천학습, 노작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통일 교육과 평화, 환경교육 등이 강화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둘째, 학제개편을 단행하고, 무상의무교육은 고등학교까지 확대해야 한다. 특히 고교까지의 교육과정이 대학입시를 위한 준비기관의 성격에서 벗어나 자체의 교육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교육부에서 고시한 학교교육과정편제표를 없앤다. 국가에서는 학년별로 평균수업시수나 단위수를 정하지 말고 학교급별 각 과목의 단위수의 상·하한선만으로 정해준다. 교사수급문제를 해결하고, 다수의 과목수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치활동에 대해서는 교과활동, 자치활동(학생회.학급활동), 클럽활동, 특별활동으로 나누도록 하여 학생회활동과 학급활동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넷째, 교육과정 편성과정의 민주적 구조실현을 위해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실시하는 성취도 평가안은 폐기해야 한다.
이러한 제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7차교육과정의 수정고시를 통한 교과서 제도의 개선, 수업일수, 수업시수의 대폭 하향 조정, 교사의 평가권 부여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문제이다.
또한 교육부와 교사단체, 교육과정평가원, 교과교육학회등이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교육과정위원회’를 구성하여 교육과정에 대한 재평가를 공개적이고도 민주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연계교육이 필요한 주5일제수업
주5일제수업은 엄청난 물량과 예산 지원, 인적 자산의 운용이 필요한 바 ‘교사에게 모든 것’을 미루기보다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세부사항까지 행·재정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연계학습은 철저하게 교사의 수업권, 평가권 내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도농간 교류학습 활성화와 특별활동 프로그램 지원은 지역 네트워크와 청소년 단체, 농어촌 작은 학교 살리기와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교사들의 교과·특별활동 연구에 대한 국고지원은 자율·자원 연구팀 중심으로 이루어져야만 청소년단체와 진정한 연계가 가능해진다.
방과후 교육 활동은 기능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하여 동아리 활동, 문화활동, 청소년 관련 전문 활동으로 전환해야 하고, 그에 대한 권한을 학교현장과 청소년단체에게 부여해야 한다.
봉사활동은 원래의 취지대로 봉사교육(serve learning)이 되어야 하며, 학생들이 쉽게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더불어 봉사활동의 현장이 개발되어야 한다.
학생회를 법제화하여 학생들이 스스로의 축제문화를 일구도록 일부 예산 편성권이나, 프로그램의 자율 편성권 등을 보장하고 학급이나 동아리에서는 테마별로 작은 축제를 생활화시키도록 허용하면 체험학습의 효용성이 높아질 것이다.
체험학습지원협의회 구성은 지역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형성하되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청소년 단체나 복지회관, 교육청이 지원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체험학습의 일환으로 학생 ‘아르바이트’를 개방하여 건전한 생활체험으로 승화시키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학생 아르바이트를 양성화하여 체험학습의 폭을 넓히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다. 특히 특별활동은 동아리 활동 위주로 재편성하고 학교의 문호를 개방하여 청소년 단체와 학교가 지역 안에서 긴밀하게 유대관계를 형성하도록 교육부와 문화부 간의 ‘원점협의’가 필요하다.
주5일제수업의 정착을 위해서는 사교육비를 억제시켜야 한다. 중국이나 일본은 과외를 통제하지 못하는 바람에 주5일제수업의 실패를 초래한 반면, 프랑스나 독일은 초·중등교육이 대학입시에 종속 당하지 않게 하고, 사회복지 및 청소년단체가 휴업일의 프로그램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게 함으로써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그런 면에서 정부는 휴업일이나 일몰 이후에 진행되는 학원 수강과 과외를 일정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을 비롯한 제3세계 국가조차 학생들의 건강권을 고려하여 밤 시간의 학원 수강을 억제하는 규정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김대유 객원기자 (서울 서문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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