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주의·관료주의를 떨치고 화섬 3사에 대한 적극적인 연대를 실천하자!


효성노조가 지난 26일 울산공장 정문에서 성공적으로 임단투 출정식을 치러내며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효성자본의 가압류 미해제와 고소·고발, 노조출입봉쇄, 용역경비들의 잇따른 폭력사태, 불법적인 어용집행부의 등장에도 모든 해고자, 노조간부, 현장활동가, 조합원들이 이에 굴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투쟁해 얻게 된 아직은 작지만 소중한 성과라 할 것이다.

사측의 감시와 통제에 짓눌린 조합원들의 외면, 급격하게 식어버린 연대투쟁의 열기라는 대내외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빛이 밝아 보인다.
태광과 고합의 해고자들은 아직까지는 특별한 국면 전환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지만, 태광의 경우 최근 회사의 경영상황이 급격히 호황을 타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고 사원 모집까지 실시하고 있어 해고자들은 보다 강도높은 복직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울산총력투쟁의 횃불을 앞장서 치켜든 화섬 3사 노동자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강요하는 고통에 온몸을 휘둘리며 절망의 한숨만을 내쉬던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 박살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내건 화섬 3사 노동자들의 전면파업 투쟁은 더 이상 신자유주의를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노동자의 당당한 선언으로 다가왔다.

또한 현대그룹 대공장이 밀집해 있는 동구·북구지역과 비교해 노동운동의 무풍지대라는 오명을 받아왔던 남구지역에서 대규모 투쟁이 분출하면서 무노조·어용노조와 저임금·장시간노동에 신음하고 있던 남구지역 노동자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희망으로 자리매김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화섬 3사 노조의 전면파업 투쟁이 남긴 가장 중요한 성과는 신자유주의 광풍에 맞서는 노동자의 계급적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효성공장에 경찰병력이 투입되던 날, 공장입구에 그리고 야음 사거리에 모여 있던 노동자들은 하는 일도 다르고 사는 처지도 다 달랐지만 모두가 똑같은 생각으로 정권과 자본과의 일대 격돌을 결의하고 있었다.
이렇듯 비록 지금은 화섬 3사 노동자들이 사측의 대량 징계해고와 정리해고, 극심한 현장탄압, 민주노조 말살 또는 위기에 맞서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해 파업투쟁이 남긴 성과는 실로 커다란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투쟁의 성과들을 기억하고 다시 투쟁을 조직해 나가는 밑거름으로 삼으려 하기보다 어렵고 힘든 현실에만 집착하며 패배한 투쟁으로 낙인찍는 경향이 만연해 있는 듯 하다.
아니라고 말하는가? 그렇다면 묻고 싶다.
화섬 3사 해고자들의 투쟁에 당신은 얼만큼의 관심을 갖고 있으며 연대하고 있는가?
화섬 3사 해고자들의 복직투쟁이, 효성에서의 민주노조 사수 투쟁이 남의 문제가 아님을 정말 직시하고 있는가? 그 투쟁들이 무너지면 정권과 자본의 구조조정 칼날은 곧바로 자신의 목에 겨누어질 것임을 진정으로 깨닫고 있는가?

나는 화섬 3사 해고자들의 투쟁을 대하고 있는 민주노총과 화섬연맹의 태도부터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효성·태광·고합의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당하고 노동법이 보장하고 있는 조합원 자격을 무시당하며 용역경비들로부터 얻어터지고 있을 동안 민주노총과 화섬연맹은 어디에 있었는가?
해고자들은 민주노총과 화섬연맹이 모든 것을 해결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단지 격주 1회 정도라도 울산노동자들이 집중 할 수 있는 연대집회를 열어 달라는 소박한 요구가 전부였다.
투표권과 조합원 자격을 둘러싸고 벌어진 태광 해고자들과 민주노총의 충돌은 가히 압권이었다. 당시 사태는 민주노총의 관료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태광에서 벌어진 대량 정리해고 사태와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가 가지는 의미를 조금이라도 고민해 보았다면 단순히 형식만을 따져 조합원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몰려올 게 아니라 대표자를 먼저 보내 논의를 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게 순서가 아니냐”
태광 해고자들의 울분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다시 형식과 절차를 먼저 내미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간부들의 태도는 관공서의 관료들이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와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당시 사태와 관련해, 따지고 보면 더 큰 책임을 갖고 있는 화섬연맹은 또 무얼 하고 있었는가?

자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화섬 3사 노동자들이 끝내 무릎 꿇는다면 다음 차례는 나다. 정권과 자본의 폭압을 노동자의 계급적 연대 없이 뚫을 자신이 있는가?”


하정기 (울산노동자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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