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말 미국계 전력회사인 AES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지역에 있는 캘빈 발전소의 주식 50%를 사들이며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2002년 2월말 AES는 캘빈 발전소의 650명 노동자 가운데 480명을 명예퇴직으로 사직시켰다. 2001년 8월 COSATU를 비롯한 남아공 노동자 대부분이 참여한 사유화 반대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민족회의 정부가 발전소 사유화 정책을 강행한 결과였다. AES는 50% 지분을 매입할 당시 인력을 감축하지 않겠다며 약속했는데, 정리해고가 아닌 명예퇴직이므로 약속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최근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전개되고 있거나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과 대단히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어느 정도로 전 지구를 단일한 힘과 방식으로 지배해 나가고 있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예다.
지구를 지배하는 신자유주의에 맞서기 위한 민중의 국제연대
이처럼 전 지구를 손아귀에 넣고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전 세계의 노동자·민중 또한 나날이 국제 연대를 발전시켜 가고 있다. 전 지구를 지배하는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인 차원의 연대와 공동행동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국제연대는 다양한 영역에서 전개되어 왔지만, 무엇보다 주목받는 것은 세계 각국의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벌이는 국제적인 회의와 시위들이 아닐 수 없다.
96년 사파티스타 주도의 ‘대륙간 회의’가 실질적인 출발점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전 세계 민중의 국제연대는 1996년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의 주도로 멕시코의 라칸돈 정글 속에서 열린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고 인간성을 옹호하는 제1차 대륙간 회의’가 실질적인 출발점이 된다.
그 이전에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국제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994년 1월 NAFTA 발족에 맞춘 무장봉기로 전 세계에 신자유주의 극복의 영감을 불어넣었던 사파티스타의 신화적인 투쟁을 계기로 해서 전 세계에서 수천명의 활동가들이 집결하여 처음으로 대규모 국제회의를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99년 WTO 각료회의 개회식을 무산시킨 시애틀 전투
1995년 프랑스 공공부문 파업, 1996~7년 한국 민주노총의 노동법 개악 반대투쟁은 전 세계에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확산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가운데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도래하고 IMF 구조조정이 아시아를 휩쓸게 되자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둘러싼 논란이 전 세계로 확산된다.
1998년에는 다자간투자협정(MAI) 반대투쟁, 1998~9년에는 G7 정상회담을 겨냥한 개발도상국 외채탕감운동이 성공적으로 벌어진다. 1998~9년에는 또한 ATTAC(외환거래 과세운동 시민연합) 등을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 반대 국제회의들이 전 세계 활동가들을 대규모로 결집시키며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일련의 국제적인 투쟁과 회의들은 1999년 11월 30일 뉴라운드 출범을 선포하려던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개회식을 무산시킨 미국의 시애틀 전투에서 극점에 이른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6만명의 활동가들이 도심을 점령하여 거대한 인간사슬을 만들고 “WTO 해체”를 외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인 이 사건은 ‘시애틀 대전’이라고도 불리는데,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자본의 국제회의를 무산시키기 위해 전 세계에서 시위대가 몰려가는 새로운 투쟁형태를 만들어낸다.
전 세계로 확산되는 반세계화 국제시위
시애틀 전투에서 자신감을 얻은 반세계화 국제시위는 점점 위력을 더해갔다.
2000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은행·IMF 춘계회의, 2000년 9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세계은행·IMF 연차회의, 2001년 4월 캐나다 퀘백에서 열린 미주정상회담, 2001년 6월 스웨덴 예테보리의 유럽연합 정상회담, 2001년 7월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이 모두 세계화를 반대하는 국제시위대에게 혼쭐이 났다. 제노바에서는 30만명이 시위에 나섰는데, 그 중 한 명이 경찰진압 과정에서 사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2002년 3월 16일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유럽연합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50만명의 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세계화 국제시위는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피신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세력들의 국제회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관련된 국제회의마다 반세계화 시위대에게 혼쭐이 나자 신자유주의자들은 이제 “도대체 회의장소를 어디로 정해야 하는가” 하고 고민에 빠져 있다.
2001년 세계은행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예정되어 있던 국제개발회의를 취소하고 인테넷을 이용한 온라인 회의로 대체했다. 2000년 타이 회의장을 점령당한 바 있는 아시아개발은행은 2001년 총회를 하와이에서 개최했다. WTO는 2001년 각료회의를 카타르로 피신시켜야 했다.
특히 전 세계 자본주의 진영의 정치·경제 지도급 인사들이 매년 스위스의 스키 휴양지 다보스에 모여 개최하던 세계경제포럼(WEF)조차 2002년에는 보안상의 이유로 미국 뉴욕으로 옮겨야만 했다. 2002년의 G8 정상회담은 캐나다의 록키산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스키 리조트에서 열기로 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냐 ‘인간적 연대의 세계화’냐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전개되는 신자유주의 반대투쟁 “또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2001년과 2002년에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연달아 열린 세계사회포럼(WSF)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국제연대행동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세계사회포럼은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기간에 맞추어 열리고 있는데, 전 세계 노동자·농민·도시빈민 대표들이 모여 초국적 기업 주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극복하고 ‘인간적 연대의 세계화’를 이뤄낼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다.
2002년 세계사회포럼에는 전 세계에서 7만여명이 참여하였는데, 이는 2001년보다 5배 이상 많은 숫자였다. 숫자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 같은 기간에 열린 세계경제포럼과 극적인 대비를 이루며 오히려 주도권을 갖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냈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국제연대는 아직 많은 한계 또한 갖고 있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사회와 세계질서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또 그런 사회와 세계질서는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에 대해 통일적인 방향이 미처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역사적인 출발이 이루어졌기에 대안의 정립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영국의 대처 총리는 입버릇처럼 “대안은 없다”고 떠들었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논리다.
이에 맞서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극복하기 위해 연대하는 전 세계 민중들이 하나같이 외치는 말이 있다. “또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기획연재 -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마감합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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