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순/편집위원
그동안 지역 차원에서의 당 정치활동이 중앙당의 유인물을 배포하는 데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물론 지역에서도 전국적인 정치쟁점을 갖고 정치활동을 조직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지방정치는 중앙정치를 지역차원에서 대행하는 것이 아니다. 당이 가두 선전집단을 벗어나서 전망을 열어나가는 정치세력이기 위해서는 지역 차원에서의 고유한 정치 영역에 깊게 발을 디뎌야 한다. 지방정치의 핵심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상대로 한 정치활동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또한 지방정치의 활성화는 운동의 새로운 전망과 관련해서도 매우 큰 중요성을 갖는다. 자본주의 사회는 시작부터 근대국가의 성립과 쌍생아 관계에 있는 국가주의 사회이다. 세계화니 국경이 무의미하다느니 떠들지만 본질로 들어가면 신자유주의조차도 국가의 약화보다는 국가의 야만적인 얼굴이고 국가주의의 변종일 뿐이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극복하고자 했던 기존 사회주의 사회도 국가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미 국가로 모든 것을 집중하고 국가를 민주화한다는 발상 자체가 가능하지 않은 생각이었다. 때문에 경제, 정치, 교육, 문화 등 전 영역에서 국가 명령체제가 확립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결국 기존 국가 사회주의의 실패는 다른 한편으로 당을 절대적·배타적인 무기로 하여 혁명을 통해 국가권력을 장악한 후 그 국가를 사용해서 사회를 변화시키고 국가소멸로까지 나아간다는 프로젝트의 실패이기도 하다.
우리가 열어나가야 할 새로운 운동은 국가의 상대적 중요성을 부정하지는 않되 자치, 분권, 공동체라는 큰 방향을 강화시켜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지방정치 활성화는 자치, 분권, 공동체라는 지향을 실현시켜 나가는 가장 중요한 활동이다.
그리고 지방정치 활성화는 진보정당의 대중적 기반 확대를 위한 핵심적인 요소이다. 유럽 진보정당 경험은 우리에게 일정한 교훈을 준다. 1960년대 후반을 경계로 하여 유럽 진보정당에서 주민 단위의 수가 공장 단위를 압도하기 시작한다. 이를 단순히 개량주의 때문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다.
현실의 변화가 인식의 전환을 강제한 측면이 강하다. 1차·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시기에 유럽 진보세력에게 변혁은 임박한 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60년대를 거치면서 안정화되어 가는 사회 속에서 단기간에 폭발하는 단절적인 변혁에 기대를 걸기가 어려워졌다. 때문에 장기적인 이행에 대한 전략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노동운동만큼이나 주민운동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주민운동은 전략적인 문제였다. 지방정치 활성화는 한국의 진보정당운동에서 그간 비어있던 한 축인 주민조직화를 이루어나가는 데 첩경이 되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진보정당의 지방정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당의 지역사업이 선전사업을 넘어서 주민 공동체를 형성해나가는 사업에 기반해야 한다. 노동운동뿐만 아니라 생활, 교육, 환경 등의 영역에서 직접적인 당조직과는 별도로 당에 친근성을 갖는 다양한 주민조직을 형성해야 한다.
또한 기본적으로 주민사업 단위와 정책으로 친근성을 형성해야 한다. 당은 기본적으로 '주민조직이 당을 위해 무엇을 할까' 이전에 '당이 주민조직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 85호] 4.29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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