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안 mulu@kdlpnews.org
지난 15일 건강보험 재정으로 실시하고 있는 일반건강진단 항목에서 '구강검진 항목'과 '심전도 검사'를 삭제한다는 보건복지부의 고시가 발표된 이후, 이를 저지하기 위해 24일까지 열흘간 국회 앞 농성투쟁을 펼쳐왔던 '건강진단제도 개악저지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의 노력이 작은 결실을 맺게 됐다. "졸속으로 처리된 구강검진 삭제를 즉각 철회하라"는 이들의 지속적인 외침에 결국 보건복지부가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측은 지난 24일 보건연합 신동근 집행위원장 등 공투위 대표 4인과 만난 자리에서 "구강검사와 심전도 검진항목을 원상복구 시킨다는 것을 뼈대로 한 재고시안을 4월29일자로 발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보건복지부의 삭제 고시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발표됐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며, 또한 향후 건강진단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수립과정에 국민참여 보장을 강력히 촉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면에서 커다란 성과를 남긴 것이다.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은 이같은 복지부의 입장 변화에 대해 "일단 환영한다"고 밝히고,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재정절감을 위해 건강진단제도를 축소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상, 그 자체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악화된 건강보험재정을 해결하기 위한 또 하나의 급여 축소 의도임을 주목했던 '공투위'는 "(검진항목 삭제가) 노동자는 물론 국민의 건강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킨다면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18일 기자회견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 의학적 문제
삭제고시에서 특히 문제가 된 '구강검진'의 경우, 구강병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국민들이 구강질환을 예방하고 아울러 구강병의 치료를 위해 지출하는 의료비용을 감소시켜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치과 예방치료 항목에 대한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현실에서, 건강진단 항목에서조차 구강진단이 제외된다면, 치과검진에 대한 접근성을 아예 차단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치과의사들의 지적.
치과의사인 고대호씨는 "이미 많은 전문가와 관련단체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구강검진 제도는 예방차원으로 더욱 내실 있게 개선할 항목이지, '비용'차원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치협은 성명서에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건강검진 총 비용 1천3백36억원중 약 7%에 불과한 구강검사비용 98억원을 아끼려 하지만 이는 국민들의 구강건강을 악화시켜 오히려 더 큰 재정적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고, 민주노총도 성명을 통해 "산과 같은 구강건강에 치명적인 유해화학물질이 무차별적으로 사용되는 작업현장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치아부식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구강검진 내실화를 위한 적극적인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 노동자 일방 피해의 문제
1년에 2천5백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7만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산재와 직업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받는 1차 건강검진 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는 실제로 이번 검진항목 삭제를 통해 건강검진제도 자체를 개악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노동시민 단체들은 그 사례로 노동자들의 건강을 산재보험이나 사업주에 맡기려 하는 발상을 지적한다.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은 "노동자들의 건강은 너희가 알아서 챙기라는 식의 복지부 발상은 경악할만한 것"이라며, "노동자들도 똑같이 건강검진료를 내고 있는데, '노동자'와 '국민'을 분리시키면서 노동자 건강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고 개탄했다.
[ 85호] 4.29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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